바다를 동경했던 소년 캐머런, 아바타2를 물 속에 빠트리다 [별 볼일 있는 OTT]
“바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의 총체다. 세상이 나를 알기 전부터 나는 바다를 사랑했다.”

할리우드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어릴 적 꿈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해양생물학자였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어린 캐머런은 푹 빠졌다. 훗날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튼 그는 ‘어릴 적 꿈’을 영화로 풀어냈다.

그렇게 나온 영화가 ‘어비스’(심연·1989년)다. 학창 시절 구상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600m 해저에 침몰한 미군 잠수함과 심연 속 미지의 존재를 다룬 공상과학(SF) 스릴러 영화다. 캐머런 감독은 이후 영화 ‘타이타닉’을 만들 때는 직접 잠수함을 타고 대서양에 수장된 타이타닉호를 관찰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달 14일 국내 개봉하는 ‘아바타 2’에도 물을 입혔다. 역대 흥행 1위인 전편이 나온 지 13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에 ‘물의 길’이란 부제를 붙였다. 스펙터클한 수중 장면이 나오는 이 영화에 대해 캐머런 감독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계에선 이런 얘기를 한다. 캐머런 감독이 물을 배경으로 만든 아바타2를 제대로 즐기려면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사진)를 먼저 봐야 한다고. 2014년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감독이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속된 ‘해양 탐험가’ 캐머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수심 11㎞)이다. 에베레스트산 위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네 개 올린 것보다도 깊다. 그는 7년 동안 챌린저 딥에 도달할 수 있는 1인 잠수정을 만든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도전’이다. 잠수정 틈새로 물이 들어오면 ㎠당 1t에 달하는 해압에 몸이 으스러질 수 있다. 두 다리를 구부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디좁은 잠수정에 불이라도 나면 손 쓸 틈도 없이 이 세상 하직이다. 하지만 캐머런 감독은 “오랫동안 꿈꿔온 심해를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이 모든 도전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마침내 ‘결전의 날’인 2012년 3월 26일. 캐머런 감독은 ‘딥씨챌린저호’를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한다. 그날은 모두의 예상을 비껴간 날이었다. 선박 반납 기한을 맞추기 위해 낮이 아니라 밤에 잠수했다. 1m가 아쉬운 판에 해수면이 평소보다 2.5m 높은 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래도 캐머런 감독은 주저하지 않는다. 그를 태운 딥씨챌린저호는 햇빛이 도달할 수 있는 최후 지점인 1000m를 지나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하강한다. 수심 3000m, 4.5㎞, 8.2㎞…. 마침내 딥씨챌린저호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바닥에 착륙한다. 이렇게 캐머런 감독은 해양학자 자크 피카르, 미 해군 중위 돈 월시에 이어 세 번째로 챌린저 딥에 도달한 사람이 됐다.

딥씨 챌린지는 캐머런 감독의 탐험 정신을 보여준다. 어릴 적 종이상자로 잠수정을 만들며 심해를 동경해온 소년이 세계적 영화감독이 된 후에도 옛꿈을 좇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챌린저 딥에서 돌아오는 잠수정 안에서 그는 말한다. “나중에 다시 돌아와야겠네요. 탐험은 끝이 없죠.” 티빙, 웨이브 등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