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성호가 쓴 국내 서점의 근현대사
지식과 문화, 삶이 유통됐던 곳…신간 '서점의 시대'
"세상의 수많은 지식은 서점에서 유통되었다.

"
서점은 예부터 지식과 삶과 꿈이 유통되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서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공부했고, 우정을 쌓았고, 꿈을 꾸었고, 정보를 교류했다.

친구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좋은 친구 역할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는 미래를 모색하는 아지트 역할을 했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한국 기독교 흑역사' 등을 저술한 작가 강성호의 신작 '서점의 시대'(나무연필)는 조선 말부터 현재까지 문화의 산실 역할을 한 서점의 역사를 개괄한 책이다.

역사 연구가이자 직접 서점을 경영했던 저자는 서점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종잇값이 매우 비쌌고, 국가가 책 유통을 독점한 탓에 국내 서점은 19세기 말에야 태동했다.

근대 인쇄술의 유입과 함께 다양한 서구 사상과 지식이 들어온 덕택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내 첫 근대적 서점은 '대동서시'로 추정된다.

이 서점은 1886년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가 서대문 밖에 차렸다가 1890년 종로로 이전한 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서울과 인천 등을 중심으로 서점이 잇달아 들어섰다.

주한영책사, 회동서관, 신구서림 등을 포함해 1910년 전까지 문을 연 서점 수는 140여 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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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예민했던 서점 주인들은 시대의 변화상을 빠르게 포착했고, 책방을 자주 드나들던 이들은 지식 산업의 선두에서 활약했다.

서점은 당대 계몽운동의 구심점이었고,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이었다.

실제 광학서포, 회동서관, 주한영책사와 같은 서점은 국채보상운동 의연금을 걷는 장소로 활용됐다.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을 거치면서 사상 통제가 강화되자 서점은 저항의 네트워크로서 자리매김했다.

경찰은 서점을 수색해 책을 압수했다.

예컨대 평양경찰서는 1934~1935년 좌익서적을 압수해 대동강변에서 불태웠는데, 분서한 책만 4만권이 넘었다.

서점에 대한 탄압은 일제강점기 때만 있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에도 있었다.

경찰은 학생들의 저항공동체 역할을 했던 사회과학서점들을 압수 수색해 불온서적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압수하고, 서점 주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식과 문화, 삶이 유통됐던 곳…신간 '서점의 시대'
서점은 또한 고서 수집가들의 안식처 역할도 했다.

고유섭, 최순우 등 한국학 연구의 대가들은 고서가 즐비했던 서점 통문관에 들러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구했다.

서점 주인들이 주요 문화재를 구매하기도 했다.

한남서림을 운영한 간송 전형필은 중개상들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해례본 원본' 등 주요 문화재를 구했다.

해방 후에는 종로서적,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이 들어섰고, 1990년대 말에는 예스24를 필두로 한 온라인 서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서점 문화를 주도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여행 전문서점, 독립서점, 카페형 서점, 서점의 살롱 문화 등 서점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서점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2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