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델 창업자가 들려주는 '38년 테크전쟁' 생존법
1984년 열아홉 살의 마이클 델은 ‘델 테크놀로지스’를 세웠다. 텍사스대 의대에 입학해 1학년이 겨우 반 정도 지났을 때였다. PC를 조립해 택배로 제품을 보내주는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그는 바로 학교를 그만뒀다. 그로부터 8년인 흐른 1992년 27세의 나이로 포천 500대 기업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플레이 나이스 벗 윈>은 델의 자서전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다. 그가 직접 책을 쓴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 <직접 팔아라>라는 책을 냈다. 22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새 책에는 더 많은 내용이 담겼다.

델 테크놀로지스가 한물간 기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로 그랬던 적이 있다. PC 시장의 쇠퇴와 함께 회사도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2016년 세계 최대 스토리지 기업 EMC를 인수하며 정보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현재 매출은 1000억달러, 직원은 15만 명이 넘는다.

“나는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델은 이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회사를 창업한 이야기,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의 충돌, EMC 인수를 둘러싼 막전 막후 등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회사 CEO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대중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또 실제로 어떤 액션을 펼쳤는지 명명백백히 밝힌다. 기업가의 사고회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38년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해온 창업가가 그 어떤 곳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속 깊은 고민과 해답의 여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