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시사회에서 만난 이우환 화백(왼쪽)과 박서보 화백.  박서보 인스타그램
19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시사회에서 만난 이우환 화백(왼쪽)과 박서보 화백. 박서보 인스타그램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씨네큐브 광화문.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진 고(故) 김창열 화백(1929~2021)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시사회에 대한민국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지난해 작고한 김 화백과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 주요 갤러리 인사들, 김 화백의 그림을 갖고 있는 컬렉터 등 200명이 극장을 가득 메운 것.

이날 시사회에는 박서보, 이우환, 민진홍, 심문섭, 이강소, 정광화, 이진우 작가 등이 참석했다. 박서보와 이우환 화백은 손을 꼭 붙잡고 긴 시간 김 화백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박서보 화백은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영화를 본 것이 아니다. 창열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을 내릴 때까지 내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시간에 창열이는 하늘이 아니라 분명 내 앞에 앉아 있었다”고 적었다. 김 화백의 장남 김시몽 고려대 불문과 교수 부부와 갤러리현대가 미술계 거물들을 한자리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열은 1세대 단색화가다. 그를 비롯한 정창섭, 윤형근, 박서보, 이우환, 이강소 등 단색화가들은 모두 6·25전쟁을 겪었다. 상당수는 군에 징집됐거나 전쟁으로 친구와 가족을 잃는 큰 상처를 입었다. 김 화백은 물방울을 마음의 안식이자 위로로 삼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당시 물감 위에 뿌려둔 물이 만들어낸 물방울의 신비로움에 매료됐고, 1971년 첫 번째 물방울 작품인 ‘밤에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줄곧 물방울만을 그렸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김 화백의 작품세계와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동시에 탐구한다. 성곡미술관은 2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영화와 같은 이름의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을 연다. 다큐멘터리 필름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 500여 점을 선보인다.

영화사 관계자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김 화백이 이룬 업적을 주로 다루는 일반적인 형식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내면에 관해 다룬 게 특징”이라며 “다큐멘터리를 본 뒤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가겠다고 하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