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진돗개 구조했더니 '무단 반출' 고소

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 진돗개를 구조한 동물단체가 오히려 지자체로부터 고소를 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전남 진도군 한 개 농장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던 개 65마리를 구조했다.

학대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살아있는 개들을 농장주와 격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진도군이 받아주지 않았다.

단체는 어쩔 수 없이 농장주에게 돈을 주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65마리를 전부 구조했다.

이렇게 구조된 개들은 이 단체가 활동하는 부산 등으로 옮겨졌는데 65마리 가운데 4마리가 천연기념물인 진돗개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마리는 부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머지 3마리는 부산에 도착해 1개월 뒤 건강검진을 받다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진도군은 허가를 받지 않고 천연기념물을 반출한 것이라며 해당 진돗개 4마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반환 조건으로 '진돗개 관리계획 및 개선 방안', '그동안 들어간 비용 보전' 등을 내걸었다.

진도군은 반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천연기념물 무단 반출 혐의로 단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구조를 위해 매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진도군 공무원도 동석했었다"며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한 채 구조했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용으로 사라질뻔한 천연기념물을 구조해놨더니 반환을 하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며 "오히려 천연기념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련자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진도군 관계자는 "일부 단체가 제기한 의혹과 문제에 대해 사법 당국의 조사 결과를 보고 행정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