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브라이언이 붐을 휘어잡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테다. 당시 브라이언은 집에 화초 40그루가 있다는 붐에게 "난 꽃집을 운영한다"고 했고, "방송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에는 "체육관을 운영 중이다. 나중에 운동할 거면 오라"고 맞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해당 장면은 SNS에서 '짤'로 돌며 여러 차례 회자됐다.
가수 브라이언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가수 브라이언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저렇게 하는 게 많으면 본업은 언제 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앨범은 2019년에 나온 정규 10집이 마지막이다. 24년 차 가수. 여전히 노래하는 모습이 친숙하긴 하지만, 이제 브라이언을 '꽃꽂이하는 남자'로 아는 이들도 많다. 최근 업데이트된 SNS 게시물만 봐도 순천만국가정원 옆에 조성된 순천만가든마켓에서 특강을 한 후 수강생들과 모여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브라이언과 만났다. 막 촬영을 하나 마치고 왔다며 급히 인터뷰 장소로 들어온 그는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성격이다. 집에 2~3일 정도 있으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꽃 관련 사업체인 브라이언 뜨리아농, 크로스핏 체육관, 그리고 5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매니저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까지 총 3곳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취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브라이언은 "단순히 일이라 생각하면 스트레스받고 하기 싫어지지 않느냐"며 "좋아하는 걸 일로 바꾸면 절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꽃꽂이도, 피트니스도 행복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은 2015년부터, 꽃 관련 사업은 2014년부터 해오고 있다고. 당초 꽃집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꽃꽂이 특강만 진행하고 있다. 꽃집 폐업 이유에 대해서는 "가게 위치가 좋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2018년까지만 운영했다. 그 이후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오는 바람에 지금은 문화센터나 병원, 업체 등에서 제안이 오면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수 브라이언 /사진=비유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브라이언 /사진=비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원을 가꾸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꽃과 나무를 접할 일이 많았다는 브라이언. 본격적으로 꽃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건 약 10년 전이라고. 지인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우연히 들렀던 샵에서 만난 플로리스트는 곧 그의 '꽃 선생님'이자 동업자가 됐다.

브라이언은 "원장님한테 꽃을 배우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관련 자격증을 따오신 분이다. 처음엔 컬래버 작품을 만들고, 재미 삼아 판매해볼까 싶었는데 점점 흥미가 생기더라"며 "배운 걸 잘 기억해 가르쳐 주는 성격이다. 플라워 클래스를 처음 했을 땐 경험이 별로 없었지만 갈수록 실력이 늘더라"고 했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수강생들과 가깝게 소통해야 하는 플라워 클래스가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묻자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답했다. "수업은 절 불편하게 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똑같이 꽃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이니 연예인이라서 어렵다?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그러면서 자기는 처음 꽃꽂이를 가르쳐 줄 때 냉정한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꽃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강조한 브라이언이었다.
가수 브라이언 /사진=변성현 기자
가수 브라이언 /사진=변성현 기자
물론 긴 시간 연예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어려움은 늘 있다. '남들은 대학도 가고, 공부도 하는데 그러지 않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업이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반대로 연예인이라 사기당할 일도 더 많아서 걱정이 컸다. 지금은 주변에 믿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업 초반에는 조급한 마음이 커서 제안해 오는 걸 다 하려고 했다. 그러다 생각해둔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제가 완벽하게 잘하는 선생님은 아닐지라도,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그걸 통해 누군가 플라워샵을 오픈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요. 제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 만족감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최근 브라이언은 라이브커머스에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인테리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덕에 각종 뷰티·생활용품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 브라이언은 "홈쇼핑에서 시작했다가 라이브커머스를 하게 된 거다. 처음엔 한, 두 번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3월부터 쭉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건축과에 가서 디자이너를 하고 싶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인테리어를 좋아했다. 예쁜 집에는 꼭 식물이 있지 않냐. 사실 그 덕에 꽃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고 정리하는 게 나랑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 제일 많이 보는 게 부동산 관련 콘텐츠"라면서 "부동산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집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거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로망이 앞·뒷마당이 있는 나만의 전원주택을 갖는 거였다. 스케줄이 없을 땐 잔디도 직접 깎고 싶다"고 했다.

인테리어 관련 사업은 할 생각이 없는지 묻자 "하면 재밌겠지만 그것도 공부해야 한다"면서 "아직은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 지금은 운동하고, 꽃 만지는 게 좋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답했다.
가수 브라이언 /사진=비유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브라이언 /사진=비유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브라이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활동했던 브라이언은 K팝 대표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초창기 멤버였다. 여름이 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히트곡 '씨 오브 러브(Sea of love)'를 떠올린다.

브라이언은 "어릴 땐 음악을 정말 좋아했지만, 가수는 내게 시작부터 직업이었다. 회사 안에서 일하다 보면 노래가 데드라인에 맞춰 나와야 하고, 나한테 잘 맞는다면서 정해주는 노래를 해야 했다. 유명한 작곡가가 준 곡을 해야 대박 난다는 말도 있었다"면서 "오래 하니 조금 질리는 마음이 생기더라. 현재로서는 가수를 포기했다기보다는 당분간 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직접 설립한 비유엔터테인먼트에서 후배를 양성할 계획은 없는지 질문하자 "아직 욕심 없다.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힘들다. 난 내 인생의 대표다"며 웃었다.

다만 현재 K팝 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 "'넌 연예인이라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돼'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연예인도 사람인데 자신을 스스로 감추면 결국 남을 위해 살게 되는 것"이라면서 "각자 본인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향후 자신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음악적으론 없고, 연극이나 뮤지컬엔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