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거 전후가 배경…영웅 대신 31살 청년 내면에 집중
김훈 작가, 안중근 소설 '하얼빈' 내달 출간…"일생의 과업"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74)이 '일생의 과업'으로 삼아 온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소설 '하얼빈'을 다음 달 3일 펴낸다.

27일 서점가에 따르면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은 지난 25일부터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을 예약 판매 중이다.

출고 예정일은 8월 4일이다.

김훈은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한 생애를 소설로 쓰려고 했다.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고 한다.

소설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초점을 맞췄다.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따라가면서 안중근이 좇는 대의와 인간적인 두려움에 관해 김훈 특유의 단문으로 풀어낸다.

김훈 작가, 안중근 소설 '하얼빈' 내달 출간…"일생의 과업"
'칼의 노래'가 이순신의 업적보다 내면 묘사에 중점을 뒀듯이 '하얼빈'도 영웅 안중근 대신 난세를 헤쳐나가는 운명을 마주한 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했다.

어둠 속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던 안중근은 이토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해 "이토가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의지를 다진다.

의거 직전 안중근의 복잡한 심리는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라고 표현된다.

안중근은 이토를 쏘고서 환호하는 대신 "나는 이토를 본 적이 없다.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며 의거 성공 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워한다.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김훈 작가, 안중근 소설 '하얼빈' 내달 출간…"일생의 과업"
소설에서는 이토로 상징되는 제국주의 물결에 저항하는 순수한 청년 안중근의 모습이 부각된다.

동양의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신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희생을 불사하면서도, 집안의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장·천주교 신앙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자주 머뭇거리는 면모도 나타난다.

일본인 검찰관과 법관들이 의거 이후 안중근 일행을 조사하며 남긴 신문조서와 공판 기록 또한 적재적소에 활용돼 소설의 현장감을 살린다.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며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며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학동네. 308쪽. 1만6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