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잘린채 팔리는 꽃…식물도 고통을 느낄까요?
붉은토끼풀은 6~7월에 예쁜 꽃을 피운다. 좋은 향도 난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정성껏 키운 붉은토끼풀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굳이 자손을 퍼뜨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풍족하기 때문이다.

식물학자 신혜우는 첫 산문집 《이웃집 식물상담소》에서 “사랑한다면 사랑을 줄여보라”고 말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짝사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영국왕립협회 보태니컬 국제전시회에서 4회 연속 금메달과 최고전시상을 받은 그는 이 책에서 틈틈이 여유 시간을 내 2년 넘게 운영한 식물상담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상담자는 말했다. “꽃집에서 파는 꽃은 줄기가 잘려져 있는데, 아프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책은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토론이 벌어진다고 소개한다. 대개 자신들을 변호하는 내용이다. ‘식물은 뇌가 없다’, ‘가지를 꺾어 심으면 뿌리가 나는 식물도 있다’, ‘우리 인간은 식물을 먹어야 생존한다’ 등이다. 저자 역시 “한 번도 잘린 꽃이 살아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가끔은 ‘인간의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모든 생물은 죽고 사라진다. 식물만큼 이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다. 한 전시에서 저자는 식물을 아무런 보호도 없이 탁자 위에 놓아둔 적이 있다. 조금만 건드려도 바삭거리며 부서지는 마른 잎들, 약한 바람에도 날려가는 씨앗을 보며 사람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퇴색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전시 의도였다. 저자는 묻는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고 누려도 계속 결핍을 느끼는 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사라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