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기견 입양 앱을 '펫 데이트앱' 전환…프레임의 틀을 깨라
‘유기견은 불쌍하다.’

미국 애견용품 스타트업 바크박스는 이 문제를 다르게 봤다. 슬퍼 보이는 개 사진과 함께 ‘생명을 구하세요’라고 광고하는 대신 데이트 앱을 본뜬 ‘바크버디’란 앱을 만들었다. ‘집 근처에서 복슬복슬한 싱글들을 찾아보세요’란 슬로건과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 사진을 올렸다. 유기견을 쉽게 입양할 수 있도록 한 이 앱은 2014년 첫 출시 후 ‘개를 위한 틴더’로 소문나며 돌풍을 일으켰다.

《리프레이밍》은 이렇게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술인 ‘리프레이밍’을 다룬다. 리프레이밍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느린 엘리베이터 문제’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은 짜증난다는 문제’로 바꿔 해결한 일화는 1960년 경영학자 러셀 애코프의 논문에도 소개된 예시다.

[책마을] 유기견 입양 앱을 '펫 데이트앱' 전환…프레임의 틀을 깨라
리프레이밍을 잘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가 직접 106명의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 85%가 자기가 속한 조직이 리프레이밍을 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책은 간결함과 명확함을 무기로 리프레이밍을 쉽게 소개한다. 모호한 말로 책의 분량을 때우는 군더더기가 없다.

리프레이밍의 시작은 ‘프레이밍’이다. 문제를 새롭게 보기에 앞서, 문제 자체를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몇 가지 팁을 주는데, 핵심은 문제를 주어와 서술어를 포함한 완성된 문장으로 간결하게 쓰기다. “우리는 학교에서 더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영양 교육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같은 문장이다. 서술문을 찬찬히 뜯어보면 오류가 드러난다. 이 문장에는 ‘지식이 부족해 사람들이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과연 그런지 의심해 볼 여지가 많다.

“계획적 사고를 못 하는 사람들 때문에 회사에 비효율이 만연하다”도 좋은 문제 제기가 아니다. 남들이 멍청하다거나 게으르다거나, 이기적이라고 보는 것은 객관성을 결여한 경우가 많다. 어리석어 보였던 상대의 행동이 현실을 알고 나면 매우 상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제를 글로 적어보면 틀을 깰 방법이 보인다. 연쇄 창업가 애슐리 앨버트는 플로리다 힙스터들 사이에서 셔플 보드가 유행인 것을 보고 뉴욕 브루클린에 셔플 보드 클럽을 열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몰렸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손님들이 셔플 보드를 하며 음식을 먹고 싶어 한 것. 매장에서 음식을 팔려면 영업 허가, 위생 검사, 추가 직원 채용 등 번거로웠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을 판매할 것인가, 아니면 음식을 안 팔고 손님 감소를 감수할 것인지 양자택일 상황에서 앨버트는 다른 선택을 했다. 매장 앞에 푸드 트럭이 와서 장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저자는 “이 선택은 얼마나 틀에 박혀 있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틀을 깨기 위한 여러 방안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목표 의심하기’다. 어떤 회사에 중앙데이터시스템을 관리하는 검토팀이 있다. 사내 다른 부서에서 데이터 변경을 요청하면 검토팀에서 그래도 괜찮은지 확인한 후 승인한다. 회사가 커져 요청이 빈번해지자 승인에 2주가 걸렸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현재의 응답 시간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요청을 두 배 빠르게 처리하고 응답 시간을 1주일로 단축해야 합니다.”

검토팀의 진짜 목표는 ‘데이터 변경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지 ‘일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단순 데이터 변경은 다른 부서에서 직접 할 수 있게 하고, 검토팀은 복잡한 요청만 처리하도록 하자 일의 능률이 훨씬 극대화됐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도 그런 사례다. 이집트는 시나이반도 전부를 돌려달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의 목표는 달랐다. 이집트는 땅이었고, 이스라엘은 안보였다. 시나이반도를 비무장 지대로 둔다는 중재안이 나오자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책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선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에서 질문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도록 배운다. ‘삼각형 빗변의 길이는 얼마인가’처럼 질문은 정해져 있고 답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은 사교육이 문제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양을 줄이면 된다는 식의 해법으로 이어진다. “리프레이밍은 시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는 저자의 말이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