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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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달 창문형 에어컨을 구입했다. 작년 겨울 이사를 하면서 낡은 에어컨을 버린 데다 이른 더위에 늦지 않게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성과급을 받았을 당시 에어컨 비용으로 일부를 떼어놨다"며 "재택근무가 마무리 수순을 밟기는 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성수기 전 미리 에어컨을 구입했다"며 웃음지었다.
박모씨와 같이 지난달 이른 더위로 냉방 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주요 가전 양판점과 대형마트에 따르면 현장에서 지난달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자릿수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롯데그룹 계열 롯데하이마트에서 지난달 에어컨 매출액은 20%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재택근무 수요 등으로 급증한 창문형 에어컨 매출은 450% 치솟았다. 서큘레이터와 선풍기 매출은 각각 130%, 85% 뛰었다.
사진=전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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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전자랜드에서도 에어컨 판매량이 20% 늘었고, 서큘레이터와 선풍기 판매량도 15% 증가했다.

전자랜드 측은 "4월 에어컨 판매량이 최근 3년간 4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주요 가전 제조사들이 늘어난 냉방 가전 수요에 맞춰 셀프 청정관리 기능 등을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냉방 가전 판매량이 우상향 추세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에선 지난달 에어컨 매출이 13% 늘었고, 선풍기 매출이 747% 치솟았다.

이는 이른 더위와 성수기에 접어들면 에어컨 설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에어컨 설치와 애프터서비스(A/S)가 지연될 우려가 있어 봄에 미리 에어컨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 역시 "4월부터 시작된 초여름 날씨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분위기로 매장을 찾는 고객도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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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초여름 날씨가 나타나 소비자들이 냉방 가전을 찾았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경북 경주에서는 최고기온이 30.8도까지 올랐고, 강진(낮 최고기온 27.7도)과 경남 의령(30.0도) 등 남부지방 일부는 '역대 4월 최고기온'을 새로 썼다.

이에 유통가와 가전 양판점들은 냉방 가전 행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폭염이 다소 이르게 마무리된 점을 고려해 행사 시기를 앞당긴 분위기다.

롯데하이마트는 5월 한 달간 ‘에어컨 대전’ 행사를 열고 브랜드별 할인 혜택과 경품 증정 등을 진행한다. 올해는 평년보다 한 달 앞당겨 행사를 마련했다.

이마트는 오는 11일까지 총 10만대 물량의 선풍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준비한 5만여 대보다 2배 가량 늘려 봄 시즌 선풍기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어컨의 경우 오는 8일까지 행사카드로 구입 시 상품권 증정 등 혜택을 제공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