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의 날’이 하도 많다 보니 대개 그러려니 하고 보낸다. ‘지구의 날’(4월 22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구가 아프다고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구를 위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책이 최근 여럿 출간됐다.

[책마을] 지구를 위한 일, 거창하지 않아도 돼
《지구 닦는 황 대리》(황승용 지음, 더숲)는 쓰레기 줍는 직장인 이야기다. 시작은 ‘대상: 100만원과 유럽환경회의 초청 방문권’이란 문구가 적힌 수필 공모전 때문이었다. 상금이 탐났던 저자는 환경 관련 영상을 찾아 보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거북이를 보게 됐다. 공모전 결과는 ‘입상’에 상금 10만원. 환경에 대한 관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혼자 쓰레기를 주워보기로 했다. 페트병, 담배꽁초, 비닐, 캔, 종이컵 등을 주우며 걷다 보니 100m도 못 가서 10L 쇼핑백이 가득 차고 말았다.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지구 닦는 사람들, 와이퍼스’라는 모임이 생겨났다. 길에서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는 단연 담배꽁초였다. 담배꽁초는 필터에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 있는 게 더 문제였다. 와이퍼스는 분해되는 소재로 필터를 바꿔 달라고 담배회사에 요구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11만 개의 담배꽁초와 손편지 수십 통을 보낸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책마을] 지구를 위한 일, 거창하지 않아도 돼
《지구를 살리는 옷장》(박진영 외 지음, 창비)은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고민한다. 옷은 뜻밖의 환경 오염 주범이다. 패션산업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폐수 발생의 20%를 차지한다. 바다로 흘러가는 미세 플라스틱의 35%는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 소비도 많다. 면 셔츠 하나 만드는 데 약 2650L의 물이 든다. 하루에 여덟 잔 마신다면 한 사람이 3년6개월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 7580L가 필요하다.

세계 의류 생산량은 2000년 500억 벌에서 2015년 1000억 벌로 5년 만에 2배 늘었다. 패스트 패션의 영향이다. 그만큼 버려지는 옷도 많아졌다. 재활용도 힘들다. 옷은 순수한 하나의 재료나 성분으로 구성되지 않아서다. 요즘 옷은 대부분 아크릴,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저렴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패션산업도 변하고 있다.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강조되고 있다. 2019년엔 32개 글로벌 패션 기업의 150개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G7 패션 협약’에 서명했다. 책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나의 세계이고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마을] 지구를 위한 일, 거창하지 않아도 돼
《미래가 우리 손을 떠나기 전에》(나오미 클라인 외 지음, 열린책들)는 기후변화 위기에 맞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독일의 펠릭스 핑크바이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정작 구해야 할 것은 북극곰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일에 나무 100만 그루를 심자는 무모한 제안을 하고, 몇 달 뒤 엄마의 도움으로 첫 번째 나무를 심었다. 그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4년 만에 100만 그루 목표가 실제 달성됐다.

캐나다의 10대 원주민 활동가 어텀 펠티에는 열네 살 때 아니시나벡 원주민 수자원국장이 됐다. 2019년 유엔 회의에서 “우리는 돈을 먹고는 살 수 없고, 석유를 마시고도 살 수 없다”며 “원주민 공동체의 물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외쳤다. 청소년을 위해 쓰인 이 책은 기후변화가 막연한 위협이 아니며,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