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쓰기 싫은 이유만 32가지…그래도 씁니다"
영화 ‘소공녀’를 만든 전고운 감독, 연기자이자 에세이집 <쓸 만한 인간> 작가인 박정민 배우, 소설가 한은형···. 글쓰기에 일가견 있는 9명의 ‘글쟁이’가 글 쓰는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출판사 유선사는 지난 25일 산문집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를 펴냈다. 마음이 글로 표현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한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인 셈이다.

글쓰기의 위대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글 쓰는 일의 피로감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예컨대 박정민 배우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유 32가지를 적었다. ‘글 쓰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는 아이러니. 실상은 더 나은 글로 스스로의 감정을 비워내거나 사람들과 정확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 있다. “산뜻해지기 위해서는 쓸 수밖에 없다. 모순이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니, 금고에 봉인된 글들의 속성이 반성문에 가깝다. 혹은 러브레터에 가깝기도 하고.”

글쓰기뿐 아니라 ‘잘 하고 싶은 일로부터 때로는 달아나고 싶은 마음’에 대한 에세이로 읽힌다. 전고운 감독은 “내가 사랑했던 글과 영화는 거대했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안감과 동경을 원동력 삼아 글을 써내는 저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로다. 창작자를 꿈꾸는 독자에게는 한 권의 응원이다. 이다혜 씨네21 기자는 이렇게 썼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 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