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온전히 담아낸다. 한 그릇의 음식은 그 나라의 기후와 토양 조건, 종교, 풍습, 이웃 국가와의 관계까지 함축해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음식 나시고렝에는 중국 음식의 영향과 고온다습한 기후로 음식 보존이 여의치 않다는 배경이 숨겨져 있다. 영국의 피시 앤드 칩스는 산업혁명으로 면직물산업이 성장하면서 공장 부산물로 나온 면실유가 대량 유통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음식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손꼽힌다. 단순히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선다.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한 입으로 압축해준다. 저장된 기억은 훗날 비슷한 음식을 통해 다시 원본처럼 생생하게 복원된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먹은 케밥 한 입이 이스탄불 갈라타 타워에서 내려다본 보스포루스 해협을 눈앞에 다가오게 할 수 있다. 명동에서 먹은 완탕면은 비 내리던 날 홍콩 청킹맨션의 혼잡하면서도 끈적한 느낌까지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세계적인 팬데믹도 어느덧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백신과 치료제까지 나왔지만 올해도 해외여행 문이 활짝 열릴지 자신하기 어렵다. 예전처럼 자유로운 왕래까지 몇 년이나 걸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해외 음식점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식 음식점업의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는 82.32로 한식 음식점업(78.84)을 웃돌았다. 외국식 음식점업 가운데서도 동남아시아, 인도 등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이 89.59로 가장 높았고 서양식 음식점업도 86.26으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피자, 파스타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식당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프랑스, 이탈리아를 넘어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의 가정식을 파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모로코, 케냐처럼 평생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나라의 대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서울 시내에서 음식으로 세계일주를 떠날 수도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식당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직접 만들어보는 수도 있다. 익숙지 않은 재료를 구하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한다면 집에서 음식으로 해외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