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포스터
/사진=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포스터
동물 학대 논란에 휘말린 '태종 이방원'이 결방을 결정했다.

21일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측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오는 22일, 23일 편성된 13회, 14회 방송을 결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 방송 등 세부 사항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태종 이방원'은 KBS가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부활시킨 대하드라마. 역사 고증을 반영한 묵직한 전개로 인간 이방원에 대해 조명하면서 "수신료의 가치"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품성에 대한 호평에 시청률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갔던 '태종 이방원'은 지난 20일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가 촬영 동물학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카라는 이날 현장 스태프가 말의 다리에 묶은 와이어를 잡아당겨 넘어뜨려 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태종 이방원' 촬영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카라 측은 이와 함께 "성인 남자들이 뒤에서 줄을 당겨 달리는 말을 넘어뜨렸다"며 "배우는 스턴트맨이었지만 안전장치 없이 일반 보호장구만 주어졌고, 결국 배우도 떨어져 잠깐 정신을 잃었고 부상으로 촬영이 멈춰졌다"는 '태종 이방원' 스태프 증언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 측도 촬영 당시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공식적으로 말의 생존여부와 안전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BS 측은 논란 당일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목이 꺾였던 말이 사망한 사실을 알리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사과했다.

KBS는 "낙마 촬영은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논란이 불거진 후 확인한 결과 촬영 후 일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KBS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KBS의 사과에도 '태종 이방원' 조기 종영을 요구와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비슷한 구도의 장면이 여럿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촬영장에서 말들이 희생당했다는 안타까움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