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선미. 사진=한경DB
가수 선미. 사진=한경DB
가수 선미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원더걸스 탈퇴한 이유에 대해 경계성 인격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게 더 클 때"라며 "5년 전쯤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선미는 "경계성 인격 장애가 나를 너무 괴롭히고 있었다. 진단을 받고 치료약을 먹으니 괜찮아지긴 했다. 그런데 근본적인 걸 해결을 해야 주변 사람들이 편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건 주변 사람들이 힘든 병"이라며 "내가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또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모두에게 사랑을 줬고, 나를 너무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에는 모두가 날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 사람들에게 그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경계성 인격장애는 자아상,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갖는 인격장애이다. 스스로나 타인에 대한 평가가 일관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환자의 정서가 정상에서부터 우울, 분노를 자주 오가며 충동적이다.

평생 유병률은 1~1.5%로 알려져 있다. 의존성 인격장애와 함께 임상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인격장애이다. 임상에서는 여자 환자가 더 많다고 알려졌으나, 최근의 역학조사에서는 성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자 환자가 더 많이 치료기관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계성 인격장애는 세 가지 불안정성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로 인간관계 불안이다. 아주 열정적인 사랑을 하다가도 극단적인 결말을 맺고 헤어지거나 싸우게 된다. 두 번째는 자아상에 대한 불안전성이다. 한때는 날 괜찮게 생각하다가도 한순간 자신을 쓰레기 같고 비정상적이고 나쁜 인간처럼 생각이 되어 자살, 자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감정 불안정성인데 누구보다 기분이 좋고 슬픈 감정이 빨리 움직인다. 애인이 결별 통보를 했다거나 누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면 순간 분노가 확 올라오거나 죽고 싶을 만큼 슬픔에 빠져 든다"고 말했다.
선미 /사진=Mnet '달리는 사이' 캡쳐
선미 /사진=Mnet '달리는 사이' 캡쳐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특성이 만 18세 이상에서 성격적 특성으로 지속하고 있을 때 경계성 인격장애라고 진단한다고 전했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석 교수는 "타고난 정서적 민감성이 있는 분들, 남들보다 예민하고 감정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는 유전적 특징을 가진 분들이 환경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고 학대하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하는 한다면 서로 충돌을 일으키며 경계성 인격장애로 발달해 간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예민한 아이를 부모가 방치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면 성격 애착 불안정이 만들어지고, 어른이 됐을 때 애인, 가족, 형제의 관계에서 반복되며 경계성 인격장애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치료에는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가 모두 포함된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가 정신 치료를 통하여 치료자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호전될 수 있다.

석 교수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장애와 함께 동반된 우울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를 당분간 동반하긴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어느 학회에서도 경계성 인격장애에 선택적인 효과를 보이는 약물 치료는 없으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정신 치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 치료를 통해 성격의 변화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매주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성격의 변화를 일어난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석 교수는 "40대가 지나면 심한 자살 충동은 없어지지만 인간관계 불안정성,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치료를 통해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