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걸작영화 '시민케인' 만든 감독 겸 배우인 오슨 웰스
1938년 10월 30일 미국 전역에서 ‘외계인 공습’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이 나왔다. 공상과학(SF) 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였지만 실감나는 연기에 속아버린 사람들이 피난길에 오르고 치안을 위해 군대까지 출동하는 진풍경을 남겼다. 이 역사에 남을 소동을 일으킨 사람은 오슨 웰스.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을 만든 영화감독 겸 배우다.

웰스는 1915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연기,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6세 때 아일랜드로 건너가 더블린에서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1934년 미국으로 돌아와 ‘머큐리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CBS 라디오 드라마를 맡았다. ‘우주전쟁’과 관련한 소동으로 유명해진 웰스는 1941년 ‘시민 케인’으로 영화감독 겸 배우로 데뷔한다.

작품성은 인정받았으나 흥행엔 실패해 웰스는 B급 영화의 배우·각본을 맡으며 영화 제작비를 충당했다. 할리우드식 제작 방식에 염증을 느낀 웰스는 1948년 이후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다. 웰스는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활동하며 ‘오델로’ ‘돈키호테’와 같은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연출을 주로 맡았다. 말년에는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와 배우 활동은 물론 상업광고를 찍기도 했다. 웰스는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