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하우스'로 뜨는 곳…동해자이와 한우설렁탕 [이송렬의 맛동산]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참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벌써 634일째입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치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맞물리자 '세컨드하우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컨드하우스는 일종의 별장입니다. 집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 혹은 다주택자들이 도심과 떨어진 곳에 집 하나를 더 매수해 주말이나 휴가철을 이용,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는 곳입니다. 과거에는 전원주택 등을 세컨드하우스로 삼았다는데 최근에는 빌라, 아파트 등을 더 선호합니다. 집을 비우는 동안의 보안이나 주변 관리 등이 더 쉬워서입니다.

최근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할 곳으로 주목받는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해도 제주를 선호했지만, 비행기 타기가 여의치 않아지면서 차로 닿을 수 있는 강원도가 부상한 겁니다. 속초, 양양, 강릉 등 대표적인 관광도시들에는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크게 뛰기도 했습니다. 이런 열기는 주변 지역인 동해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동해자이가 들어서는 곳의 항공사진 사진=GS건설
동해자이가 들어서는 곳의 항공사진 사진=GS건설
GS건설은 강원도 동해시 북삼동에 '동해자이'를 지을 예정입니다. 동해자이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9개 동 전용 84~161㎡ 670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면적 별로는 △84㎡ 600가구 △113㎡ 35가구 △115㎡ 31가구 △161㎡(펜트하우스) 4가구 등입니다.

모델하우스가 열린 지난 8일 이후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400팀가량 꾸준히 예비 수요자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지역주민들도 관심이 많지만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등 외지인들의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사전예약을 한 예비 수요자들의 비중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지인이라는 설명입니다. 동해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속초나 강릉 등은 이미 외지인들의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고, 분양하는 물건 등도 완판되는 등 최근 분위기가 좋다"고 했습니다.

동해자이의 장점은 서울 접근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동해시에는 지난해 초 KTX 동해역이 개통됐습니다. KTX 청량리역에서 동해역까지 약 2시간이면 오갈 수 있습니다.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약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속초 등 다른 강원지역보다는 조금 멀긴 하지만 아예 이동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도 매력입니다. 동해자이에는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가 청약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집이 있는 유주택자도 청약을 넣을 수 있습니다.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이 없으며 의무거주기간도 없습니다. 최대 70%의 주택대출담보비율(LTV)가 적용돼 자금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동해시 맛집으로 꼽히는 한우설렁탕 한 상 사진=이송렬 기자
동해시 맛집으로 꼽히는 한우설렁탕 한 상 사진=이송렬 기자
동해시가 강원도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동해시를 찾는 식객(食客)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맛집이 있습니다. 동해는 바닷가니까 막연하게 ‘해산물이겠지’라고 생각하신 독자분들은 아쉽게도 아닙니다.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한우설렁탕’을 찾았습니다. 맛집은 항상 기다려야 한다는 경험칙상 ‘기다리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조금 일찍 찾은 식당 앞에는 식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비가 흩뿌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탓에 뜨끈한 국물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길었던 줄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회전율이 높아서입니다. 이 집은 설렁탕과 우족탕 단 두 가지 메뉴만 판매합니다. 천곡동에서만 40년 가까이 음식을 팔아 온 식당은 인테리어 자체에서도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단출한 메뉴, 반찬은 셀프,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판이 인테리어의 전부였습니다.

설렁탕을 주문했습니다. 반찬이 먼저 나옵니다. 김치와 깍두기, 락교, 설렁탕에 풀어 먹을 수 있는 양념장이 전부입니다. '간단한 게 최고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설렁탕집 사장님이 설렁탕보다 더 신경 쓴다는 깍두기를 먼저 먹었습니다.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는 '탕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늘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김치는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칼국수집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김치와 비슷합니다.
두툼한 고기가 잔뜩 들어가있는 설렁탕 사진=이송렬 기자
두툼한 고기가 잔뜩 들어가있는 설렁탕 사진=이송렬 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설렁탕이 나옵니다. '한국인의 패스트푸드는 국밥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머리를 스칩니다. 뽀얀 국물에 파가 동동 떠 있고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국물 밑으로 보일 듯 말 듯 합니다.

서울에서 설렁탕을 먹을 때마다 고기가 적어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번에도 큰 기대 없이 숟가락을 넣어 설렁탕을 뒤적여봅니다. 숟가락에 묵직하게 고기가 걸립니다. 뚝배기가 상당히 컸는데 고기도 가득 담겨있습니다.

찍은 사진을 다시 보는 지금도 깍두기의 새콤함이 생각난다 사진=이송렬 기자
찍은 사진을 다시 보는 지금도 깍두기의 새콤함이 생각난다 사진=이송렬 기자
따뜻한 공기밥을 뜨거운 국물에 얼른 말고 한 숟갈 떴습니다. 두툼한 고기와 밥알, 진한 국물과 파 향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깍두기도 함께 올려 먹어봅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설렁탕이 깍두기 하나로 해결됩니다.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밥과 고기가 동났고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사리 하나 추가해주세요"라는 옆 테이블의 얘기가 들립니다. 얼른 사리를 추가해 말아먹고 나니 비로소 한 끼 잘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설렁탕의 가격은 1만2000원, 우족탕은 1만7000원입니다. 어찌 보면 비쌀 수 있는 가격이지만 탕에 들어가는 고기양과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점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동해자이의 분양가는 전용 84㎡ 최고가 기준 3억3780만원입니다. 전용 161㎡ 펜트하우스만 11억원을 넘고 전용 113㎡, 115㎡는 4억~5억원 수준입니다.
동해자이 투시도. 사진=GS건설
동해자이 투시도. 사진=GS건설
동해자이에는 동해시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커뮤니티에 사우나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또 피트니스, GX룸, 실내골프연습장, 카페테리아, 도서관, 등 다양한 연령대에 특화된 시설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는 가격이 높다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속초나 강릉보다는 저렴하지만 같은 동해시 동회동에 있는 동해북삼하우스디 전용 84㎡는 지난 8월 3억800만원에 손바뀜했고, 이도동에 있는 동해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3억500만원에 매매 거래를 맺은 것을 고려하면 동해자이 가격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만약 세컨하우스로 동해자이를 알아보고 있다면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취득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향후 집을 처분할 때는 양도세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위치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세컨드하우스 수요자들은 천곡동이나 평릉동과 같이 바다가 인접한 곳을 많이 찾는데, 동해자이가 들어서는 북삼동은 바다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습니다. 동해시가 속초시나 양양시, 강릉시처럼 아직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지역이라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한우설렁탕이 동해시 숨겨진 맛집이 된 것처럼 동해자이가 동해시의 대표 아파트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동해자이 조감도. 사진=GS건설
동해자이 조감도. 사진=GS건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