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 "악역 없이 흘러가는 드라마, 현실에 있을 법한 판타지죠"
지난달 16일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즌2는 1회부터 tvN 역대 드라마 중 첫 방송 시청률 최고치(10%)를 기록했다. 이후 마지막 12회까지 매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가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인기에는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악당 없는 착한 드라마’라는 점이 한몫했다. 자극적인 드라마가 범람하는 가운데 편안함으로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 이 작품을 연출한 신원호 PD(사진)는 지난 8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마음 편하게 발 뻗고 볼 수 있는 ‘착한 판타지’로 위안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신 PD는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한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tvN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연 인물. 슬의생에서는 마흔이 된 동갑내기 의사들의 소소한 일상과 고민을 잔잔하게 풀어내 인기를 모았다. 극중 의사들은 환자의 몸 상태와 치료는 물론 마음까지 사려 깊게 어루만진다. 일부 시청자가 ‘지나친 의사 미화’라는 비판을 제기했을 정도다.

“어떤 콘텐츠든 갈등을 일으키는 악역은 필수 요소입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갈등이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지나치게 사악한 등장인물은 보기 불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악역을 최소화하고, 등장하는 악역들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었어요. 사실 현실엔 공유 같은 ‘도깨비’도 없고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잖아요.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이 그나마 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아닐까요.”

신 PD는 시즌2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내적 친밀감’을 꼽았다. 시청자들이 시즌1을 통해 이미 접한 캐릭터와 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제작이 훨씬 수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태프와 배우 간 관계가 친밀해지면서 결과물도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슬의생은 주 1회 방영과 시즌제 등 새로운 드라마 편성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S 예능PD 출신인 그가 이런 경험을 살려 만든 ‘슬기로운 캠핑생활’과 미공개 장면을 담은 ‘하드털이’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 PD는 “주 1회 방영과 시즌제 덕분에 제작 효율이 대폭 올라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주 2회 드라마를 다시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작품은 주인공들의 우정과 로맨스 외에도 병원에서의 상황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환자와 의사들이 서로 이해하며 성장해가는 서사가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신 PD는 “환자와 보호자에 관한 이야기 등 아직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만 시즌3 제작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어떤 우연한 계기로 시즌3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