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닮은 헬륨 풍선 타고 '두둥실'…화성행궁의 고즈넉한 밤빛 즐겨볼까
두둥실 커다란 풍선이 떠오른다. 이륙 직후 기우뚱거리던 기체는 이내 안정을 찾고 70m 상공에 자리 잡았다. 쇠줄 하나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다는 불안감은 아주 잠시, 탁 트인 수원 야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수원의 구도심은 물론 저 멀리 아파트들이 불빛을 반짝인다. 바로 아래는 수원화성의 성곽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다. 동문인 창룡문을 시작으로 서쪽의 화성행궁, 남쪽의 팔달문, 북쪽 장안문과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까지 수원을 휘감은 화성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곽을 따라 조명이 설치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230년 전 조선 정조 시대 옛 건축물과 현대식 주택이 사이좋게 자리 잡은 풍경도 인상적이다. 감탄사를 내뱉는 사이 10여 분의 비행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수원 화성에 있는 열기구는 정확히 말하자면 ‘헬륨기구’다. 열기구는 공기를 불로 달구면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는 힘으로 올라간다. 2016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플라잉수원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채워 띄운다. 불을 뿜어 공기를 데우는 과정이 없으니 뜨고 내릴 때도 조용하다. 체험장인 플라잉수원은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바깥쪽에 있다.

낮에도 밤에도 나름의 경치를 보는 맛이 있다. 일몰 시간에는 붉은 노을도 감상할 수 있다. 헬륨기구는 최고 150m까지도 올라가지만 바람 강도에 따라 높이를 조절한다. 체험한 날에도 바람이 불어 70m까지만 올라갔지만, 확 트인 야경을 감상하기엔 충분했다.
보름달 닮은 헬륨 풍선 타고 '두둥실'…화성행궁의 고즈넉한 밤빛 즐겨볼까
헬륨기구의 장점은 쉽게 하늘을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음이 없고 흔들림도 적으며 수직 이착륙이라 별다른 위험 요소도 없다. 탑승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기체가 기울기 때문에 질서 있게 이동하면서 구경하면 된다. 놀이기구가 무서운 이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수원=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