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net '걸스플래닛999'
/사진=Mnet '걸스플래닛999'
실력이 월등한 한국 참가자가 아닌 타국 참가자들에게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갔다. 평가자들은 "한국인 참가자들에게는 기준치가 높다"고 했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가장 잘하는 참가자를 꼽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왜 국적을 분리해서 차별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Mnet '걸스플래닛999: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에 대한 이야기다.

'걸스플래닛'을 놓고 "한국인이라 손해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는 시청평이 나오고 있다. 왜 한국 방송사에서 제작하고, 한국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의심하는 상황이 나오게 됐을까.
시청률 낮아도 해외에서 관심 집중
'걸스플래닛'은 한·중·일 3개국에서 모인 참가자 99명이 9인조 프로젝트 걸그룹 멤버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으로 0.461%로 집계됐지만, 방송 내내 소셜미디어 인기 키워드로 등극하면서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 집계 결과 예능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걸스플래닛' 한국인 참가자들은 중국인, 일본인 참여자들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월등한 기량을 보였다. 사전 평가에서 하위권 점수를 받은 사람들도 놀라운 실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최상위 참가자들도 음이탈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방송 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실력자"라고 칭찬했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듣기에도 들어주기 힘든 불안정한 음정을 보이는 참가자들이 여럿 등장했다.

이는 앞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Mnet '프로듀스48'에서도 비슷하게 선보여졌던 일이었다. 당시 '프로듀스48' 제작진은 '완성도 높은 한국인 연습생, 매력 있는 일본인 연습생' 구도로 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몇몇 참담했던 참가자들의 무대는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사진=Mnet '걸스플래닛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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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미달 참가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를 걸러내기도 힘들어 보인다. '걸스플래닛' 측은 NC소프트의 팬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해 글로벌 투표를 진행한다. 이전의 '프로듀스' 시리즈와 달리 일본, 중국의 네티즌들도 공식적으로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 이뤄진 것.

그렇지만 자국 출연자를 응원하는 일본, 중국 네티즌들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한국의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엔하이픈 멤버들을 찾는 Mnet 'I-LAND(아이랜드)'도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연계해 진행됐는데, 최종 멤버 구성에서 해외 투표율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외국인 멤버의 '계륵'

외국인 멤버는 해외 진출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부터 외국인 멤버가 활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팀 구성 방식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해 한동안 중국 국적 멤버들이 주를 이뤘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활동이 어려워진 후엔 일본인 멤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인 후 팀을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최근엔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모아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팬덤을 외면한 채 외국인 멤버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걸스플래닛'에서도 방송에 앞서 일부 중국 참가자가 소셜미디어에 항미원조 지지 게시물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한국전쟁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걸스플래닛' 윤신혜 CP는 "(프로그램은) 탈정치적 글로벌 문화이벤트"라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 정치 문제 언급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금지하듯이 '걸스플래닛' 역시 문화와 K팝으로만 교류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해야 했다.
한국인 없는 K팝, 해결책 될까
K팝은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음악으로 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퍼포먼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 각 잡힌 군무, 여기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가사 등이 K팝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도 늘어나고, 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아이돌의 외국인 멤버가 아닌, 한국의 시스템을 따와서 현지 멤버로 구성된 현지화 그룹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서바이버', '샤크 탱크'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와 손잡고 북미 시장을 정조준한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을 알렸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 역시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 힘을 합쳐 미국 시장에서 K-팝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앞서 JYP엔터테인먼트는 소니뮤직과 손잡고 니쥬를 발굴해 대 성공시켰다. 멤버 전원 일본인에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K팝의 무대 매너와 음악 스타일을 따왔다.

니쥬는 여성 그룹으로는 사상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억 스트리밍 기록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지난해 6월 프리 데뷔곡으로 1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정식 데뷔 싱글로 1억 건을 돌파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현지인으로 멤버를 구성해 K팝 시스템을 접목하는 것을 두고 'K팝'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