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협상 귀재'는 교환할 뿐 양보는 안한다
협상장에 들어선 당신 앞에 까다로운 적수가 앉아 있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대화는 금세 중단되고 시간만 흐른다. 이때 상대방의 호의를 이끌어내려고 하찮은 사안은 적당히 양보하는 편이 좋을까.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협상 전문가인 개빈 케네디는 《협상 가능》에서 “절대 안 된다”고 단언한다. 협상자의 태도가 협상의 흐름과 결과를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선 상황을 꼼꼼히 짚는다.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결과를 원하더라도 ‘적수’는 아니고, 선의를 끌어내도 최선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또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겐 주요 사안일 수 있다. 결정적으로 협상가는 교환을 할 뿐이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어떻게 협상에 임해야 할까. 저자는 25가지 협상 사례를 통해 우리가 익혀야 할 협상 능력을 설명한다. 부동산 매매, 연봉 협상 등 협상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이다. 기법을 숙지하기에 앞서 필요한 역량은 바로 단호함과 균형감각이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어릴 적 단호하게 채소를 먹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 아이스크림을 얻어내는 협상가였다”며 “아이스크림(원하는 것)과 채소(상대의 요구) 사이 균형만 맞춘다면 협상의 기술을 단련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가장 신중하게 검토할 건 첫 번째 제안이다. 상대방이나 자신 둘 중 누가 제시하든 첫 제안을 수락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 흥정을 통해 추가 제안을 들어볼 수도 없고, 제시할 수도 없어서다. 저자는 까다로운 협상과정의 목적은 ‘성공’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은 상대를 무너뜨려 승리를 쟁취하는 게 아니라 쌍방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그는 “승리에만 집착하면 가능성 있는 거래도 놓치게 된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