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 허형만(1945~)
물고기를 닮은 나뭇잎들이
새파란 하늘을 바다로 알고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친다.
나무들은 허공의 중심에서 몸을 푼다.
그래야 하늘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산책길에 한 마리 물고기가 된다.

-시집 《바람칼》(현대시학) 中

산책길에 문득 걸음을 멈추게 했던, 자작나무 아래서 한참 동안 하늘로 치솟는 자작나무를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나뭇잎은 그 몸짓이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닮았지요. 허공에서의 맑은 가벼움. 푸른 자유.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높이. 오늘 산책길에도 몸과 마음을 비운 발걸음이 허공으로 떠올라, 지상에서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운 어느 한 때를 만날 수도 있을 테지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