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소리 "노래를 못 하니…바이올린으로 노래 부르죠"
바이올린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췄다. 왼손은 다섯 개의 현을 자유롭게 짚었고, 오른손에 쥔 활은 파도 타듯 줄 위를 출렁거렸다. 줄마다 다르게 나오는 선율이 어우러져 합창곡이 완성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2·사진)가 지난 21일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를 연주하는 순간이었다.

“성악가들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자유롭게 목소리를 뿜어내는 게 부러웠죠. 저는 노래를 그렇게 못하니 바이올린으로 불러야죠.”

김봄소리는 바이올린 선율로 오페라 아리아를 풀어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은 그는 지난 18일 첫 음반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를 발매했다.

기획부터 녹음까지 김봄소리가 직접 주도해 음반을 제작했다. 2019년에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듀오로 음반을 선보였다. 김봄소리는 “(이전에는) 두 연주자가 참여해 부담이 덜했는데 이번 음반은 오롯이 혼자 책임지고 제작했다. 부담도 느꼈지만 완성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음반 수록곡들을 직접 소개했다. 음반에 실린 9곡 중 6곡이 오페라나 발레극에 쓰이는 무대음악이다. 비에냐프스키의 ‘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환상곡’, 차이콥스키의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2인무) 등이 음반에 담겼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거나 성악가들이 부르는 레퍼토리들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꾼 것이다.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레퍼토리를 편곡해 온 작곡가 미하엘 로트가 이번 음반의 편곡을 맡았다. 음반 발매에 맞춰 김봄소리는 오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음반 수록곡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시마노프스키의 ‘녹턴과 타란텔라’를 들려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