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선화랑 개인전
낙엽에 맺힌 물방울…화폭에 담은 자연 속 찰나의 미
색색의 낙엽에,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영롱한 물방울이 맺혔다.

물방울은 대롱대롱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지만,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실제 자연의 한 장면을 클로즈업한 듯 사실적인 그림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포착했다.

꽃과 풀이 있는 자연, 주위에 있는 풍경을 모두 품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은 오래전부터 서양화가 이영수(62)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였다.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막한 개인전에서 작가는 양귀비꽃, 은행잎, 풀잎과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 등을 그린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원초적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특히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소멸하기 직전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르지만, 꽃이나 물방울을 보고 밉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절대 미감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해온 물방울 작업에 대해 "주위에 있는 사물이 거울처럼 비치며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는 물방울은 순수하고 영롱하다"라며 "인간이 자라면서 때도 묻지만 물방울을 보는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정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젖은 낙엽들을 그렸다.

비가 내린 뒤 물방울이 맺힌 형형색색 낙엽과 노란 은행잎 등이 쌓인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그렸다.

쓸쓸하게 휘날리는 빛바랜 낙엽이 아니라 마치 봄에 꽃이 촉촉이 이슬을 머금은 것처럼 풍성하고 화려하게 묘사했다.

작가는 "흔히 낙엽을 꺼져가는 인생에 비유하는데, 어느 날 비 온 뒤 쌓인 낙엽이 너무 화려해 보였다"라며 "나무를 위해 희생하고 화려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는 낙엽에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작품이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보고 겪은 일들이 작품 소재가 된다.

어린 시절 기억과 경험도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영수는 크고 예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비가 오거나 아버지가 마당의 꽃과 나무에 물을 주고 나면 그는 나뭇잎과 가지에 맺힌 물방울을 한참 바라봤다.

물방울 자체에 집중한 김창열의 '물방울'과 달리 이영수의 작품은 자연 속 물방울에 초점을 맞춘다.

7월 6일까지.
낙엽에 맺힌 물방울…화폭에 담은 자연 속 찰나의 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