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 갈래로 나눠진 미국…'3중 충돌'에 대비하라
미국 정계에서 기존 상식과 관행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만의 얘기가 아니다. 온건함과 타협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의 대(對)중국 압박 기조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그의 자문단에는 일반적인 경제 상식과 반대로 인플레이션 직전까지 돈을 무제한적으로 찍어내야 한다는 현대화폐이론(MMT) 신봉자 스테파니 켈튼이 포함됐다. 반면 의회에는 극우 음모론 신봉자가 진출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의 정치 구조가 전환기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건국 이후 300년 넘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던 전통적 정치 구조가 팬데믹과 기후 위기, 미·중 신냉전 등 세계 정세의 격변으로 고장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주류 정치 세력이 최근 세 집단으로 나눠졌다고 분석한다. ‘토크빌주의자’는 기존 미국 정계의 압도적 주류였으며 아직까지도 세가 가장 강력한 집단이다. 명칭은 1835년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등 ‘미국적 가치’를 예찬했던 데서 비롯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 대다수와 민주, 공화 양당의 온건파 정치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헌팅턴주의자’는 다른 문명에 대한 적대감을 기반으로 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세력으로 규정된다.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의 이름에서 따왔다. 헌팅턴주의자의 대척점으로는 사회주의자 유진 데브스의 주장에 동조하는 ‘데브스주의자’다. 미국에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도입하려는 이들이다. 이 세력들이 걷잡을 수 없이 충돌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경제·사회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등 다소 진부하다. 정치 세력을 구분하고 특징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느라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풍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의 정치 현실을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 점은 돋보인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