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누구나 경험하는 삶과 죽음…시나리오 보고 주체못할 눈물 났죠"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무브 투 헤븐’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물건을 정리해 주는 유품정리사들의 이야기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 매체 NME는 “지금껏 다뤄지지 않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시청자의 마음을 가슴 따뜻한 희망으로 채운다”고 평했다. 이 작품의 주역 배우 이제훈은 24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이 작품을 해외에서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고 공감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10부작 드라마인 이 작품엔 고독사, 데이트 폭력, 해외 입양 등 사회 문제와 인간 소외를 다룬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나온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났어요. 다시 차분하게 읽어봤을 때도 크게 공감됐습니다. 놓치지 말고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제훈은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의 삼촌 상구역을 연기했다. 상구는 그루의 아버지와 이복형제로, 감옥에까지 다녀온 인물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트라우마도 갖고 있지만, 그루의 후견인이 돼 함께 유품 정리 일을 하며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이제훈은 캐릭터의 성장을 입체적이고 정교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구 캐릭터가 처음에 보여주는 부정적인 모습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또한 인간의 단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시각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 드라마가 자신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미쳤다고 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다룬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작품이죠. 이런 따뜻한 작품에 출연하게 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훈은 최근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도 열연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모범택시도 각종 범죄와 비리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회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신인 때는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봤는데 이젠 작품이 어떻게 남겨질지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도 ‘가치 있는 작품을 찍었구나’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배우로서 의미 있는 작품에만 얽매이고 싶진 않다고 했다. 그는 “교훈과 메시지만 생각하다 보면 배우에겐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재밌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