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랜서 작가 '마지막 고래잡이' 번역 출간

"욘의 평생소원은 라마파(작살잡이)가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라말레라'의 남성 사회에서 작살잡이가 되는 것보다 높은 영예는 없기 때문이다.

"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 더그 복 클락은 '마지막 고래잡이'(소소의책)에서 라마파로 대표되는 인도네시아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 라말레라의 삶과 문화를 다룬다.

저자는 3년간 부족원들과 지내며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라말레라는 현대 문명이 차츰 스며드는 속에서도 대나무 작살과 목선으로 고래를 사냥하며 생계를 잇는다.

1년에 평균 20마리의 향유고래를 잡으며, 이웃 부족과는 고래 육포와 물고기를 바나나와 벼 이삭 등으로 물물교환한다.

저자는 라말레라를 "오늘날 명맥을 이어가는 수렵채집사회 중 가장 작고, 갈수록 점점 위축되는 집단"이라고 표현한다.

300명에 달하는 사냥꾼들은 1천500명의 부족원에게 고래고기를 공급함으로써 배를 띄우기 어려운 계절풍 시즌(10월~이듬해 4월)을 견딘다고 전한다.

책은 "인도네시아는 국제포경규제협약 조인국이 아니지만 조인국이더라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생계형 사냥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수십만 마리의 야생 향유고래가 바다에서 뛰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라말레라가 향유고래의 글로벌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 '라말레라'의 삶과 문화
저자는 라말레라에 고래 사냥은 수백 년 동안 영양 섭취와 문화 성립의 기반이었다고 주장한다.

인근 부족들이 전통적인 일자리를 포기하고 현대적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가운데서도 라말레라는 외부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조상을 숭배하며 대대로 전해 내려온 방식을 옹호함으로써 독특한 생계 수단을 보존해왔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에 따르면 라말레라는 향유고래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조상들이 후손들을 어여삐 여겨 보내준 선물로 여긴다고 한다.

가톨릭 신앙과 조상 숭배가 가미된 일종의 정령신앙을 믿는 라말레라는 향유고래뿐만 아니라 부족의 21개 가문이 사용하는 전통 고래잡이 목선 '테나'도 신성시한다.

저자는 라말레라에 엔진이 탑재된 소형 보트 '존손'이 들어와 바다 위에서 차츰 테나를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테나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라말레라의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족도 하나, 마음도 하나, 행동도 하나, 목표도 하나'라는 말을 가르친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라말레라는 단합과 단결을 최우선시하는데, 사냥터인 바다에서 수십 톤에 달하는 향유고래를 사냥하려면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 '라말레라'의 삶과 문화
라말레라가 고래를 사냥한 뒤 배분하는 의식에서도 관대한 부족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는 라말레라가 배분 원칙에 따라 직접 사냥에 나서지 않은 과부나 고아, 운이 없는 친척 등에게도 고래고기를 나눠주는데, 개인의 행운을 부족과 공유해야 한다는 조상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으로 본다.

책은 "고래 사냥의 불확실성 때문에 부족 내 협동과 공유는 생존에 필수적이다"라며 "단순한 미덕을 넘어 재분배의 수단으로 수렵채집사회가 산업사회보다 평등적이고 관대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라말레라가 최근 20년간 정보와 상품, 기술의 압박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도시에 대한 환상으로 고래 사냥을 포기한 청년, 기업형 유자망(流刺網)어업, 원주민의 생활방식을 바꾸려 하는 사업가와 외국의 환경보호 활동가, 전통을 고집하는 마을 원로들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청년들 간 의견 대립 등 문제도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세계화가 수많은 사람을 더욱 부유하고 건강하고 유식하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백만 명에 달하는 토착 부족의 경험을 도외시한다는 맹점이 있다"며 "어떤 단일 문화도 올바른 생활 방식을 독점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의 존재를 인정하고 모든 문화의 가치를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양병찬 옮김. 488쪽. 1만9천원.
인도네시아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 '라말레라'의 삶과 문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