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때문에…세계적인 거장들, 韓 건너뛰게 만들었다 [김동욱의 하이컬처]
당초 바렌보임은 일본 공연에 앞서 이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클래식 연주자들이 동아시아를 방문할 때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를 묶어 연주 일정을 잡아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역지침 탓에 세계적인 거장의 방한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반면 일본은 세계적인 유명 예술가들에 대해 격리를 유연하게 시행하면서 자국민들에게 정상급 음악공연을 접할 기회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일본의 공연장, 오케스트라, 기획사 등이 문화 관련 부처에 예술가들의 초청 필요성을 설명한 뒤 외무성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유명 해외 예술인이 입국할 때 자가격리 기간을 3일로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엔 '도쿄 봄 음악축제' 참여차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방일해 일본의 젊은 지휘자들을 지도하고, 오페라 공연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도 이달 중 '벳푸 아리헤리치 음악제'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일본 투어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당시에도 빈 필은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건너뛰고 일본으로 직행했습니다. 해외 유명 연주자들도 격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백신 접종 증명서에 1인이 호텔 1개 층을 사용토록 하는 등의 제약조건이 따르지만, 일본 정부가 파격적으로 격리에 숨통을 틔워주면서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는 공연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바렌보임이 1942년생, 무티가 1941년생의 고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거장들의 추후 방문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철저한 방역이 최우선 과제이고, 일말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을 표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도 고무줄 방역지침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 방역대책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거장들의 공연을 마냥 흘려보낸 것도 큰 아쉬움입니다. 코로나 방역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는 없었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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