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의 삶도 조명받아 마땅하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과연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을까.’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동화를 읽고 한 번쯤 해봤음 직한 상상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 등장했다. 창비가 최근 출간한 《두 번째 엔딩》이다.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등 소설가 8명이 각자 썼던 소설의 결말 이후를 풀어낸 독특한 소설집이다.

손원평 작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성장 이야기로 4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상자 속의 남자’에서 또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 《아몬드》에서 벌어진 그날의 끔찍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접한 청년의 이야기다. 윤재의 눈으로 세상을 본 전작과 달리 주변인의 시선으로 윤재를 바라본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았더라도 흥미롭게 읽힐 만큼 각 소설은 독립적이며 완성도를 갖췄다. 전작의 조연들이 새로운 삶의 주인으로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인다. 이를 통해 모든 삶은 조명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음을 시사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