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난 바스·세실리아 비쿠냐…서울서 보는 다양한 현대미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강추위로 겨우내 움츠렸던 미술관과 화랑가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세계 작가들의 개인전이 연이어 막을 올려 미술 애호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르부터 연령대, 출신 국가까지 각양각색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기회다.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올해 첫 전시로 25일부터 헤르난 바스(43) 개인전 '모험, 나의 선택'을 연다.

미국 마이애미 출신인 쿠바계 작가 헤르난 바스는 미국의 5대 컬렉터로 알려진 도널드 루벨 부부가 일찌감치 점찍으면서 주목받았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브루클린 미술관, 베네치아비엔날레 등에서 전시를 여는 등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그는 고전문학이나 종교, 신화, 초자연주의,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얻어 화면에 이야기를 펼쳐낸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림에 등장하는 소년을 중심으로 현실의 불안과 공포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2007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20여 점을 선보인다.

2010년 전후 작품에서는 추상적 형상의 풍경 속에 인물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점차 인물은 화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신작 5점은 모두 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는 작가는 바다에 대한 공포와 모험심,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 등을 엮어 새로운 장면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헤밍웨이의 소설은 부모님이 몇십 년 전 쿠바에서 미국을 오기 위해 항해한 그 바다를 개인적으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작 배경이 되는 대형 벽지화 작업도 눈에 띈다.

'괴물과 뱃사람'은 23개 드로잉으로 구성된 벽지화다.

젊은 어부, 선원, 탐험가, 잠수부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거나 상상 속에 있는 위험 요소들을 묘사한다.

전시는 5월 27일까지.
헤르난 바스·세실리아 비쿠냐…서울서 보는 다양한 현대미술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칠레 출신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73)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다.

비쿠냐는 미술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시인, 운동가로 환경파괴와 인권, 문화 동질화 현상 등 현대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퍼포먼스, 회화, 시, 대형 설치작업 등으로 다룬다.

종로구 소격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키푸 기록'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직물 위에 회화 작업을 한 신작을 비롯해 영상, 채색한 판화, 드로잉, 설치작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고대 안데스어 '키푸'와 한국어 '기록'을 조합한 말이다.

키푸란 염색한 끈으로 만든 매듭을 이용한 고대 안데스 언어 체계로, 1960~70년대부터 비쿠냐의 작업에 등장했다.

그의 작업에서 키푸는 공간 속에 표현된 시이자 잊힌 선대 문자 체계를 되찾고자 하는 저항적 행동으로 읽힌다.

전시 제목과 같은 제목의 작품 '키푸 기록'은 오래된 직조물과 일종의 토속화를 연상케 하는 채색한 거즈, 한복에 사용되는 실크 폴리에스터, 한국 전통 직조에 사용된 면 등을 대나무 막대기로 천장에 건 대형 설치 작품이다.

4월 24일까지인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이다.

비쿠냐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1970년대부터 지속해온 회화 작품과 직물에 한 판화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는 독일 신예 작가 페피 보트로프(35)의 개인전 '검은 나사'가 개최 중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페피 보트로프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충동 그 자체를 캔버스 천 등에 표출한다.

독일 서부 광업도시 루르 출신인 작가는 주로 흑연, 목탄, 석탄과 같은 검은색 재료를 사용해 화면에 다발적인 선과 원을 그린다.

얼기설기 엉킨 선들은 퇴화한 공업도시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작가의 내면과 본능을 직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보트로프는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헤르난 바스·세실리아 비쿠냐…서울서 보는 다양한 현대미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