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풍요를 주는 싱가포르 황금소
싱가포르의 한 교차로에서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며 거대한 황소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황소 조형물은 황금색인 데다 수북이 쌓인 금화 위에 다리를 얹은 채 위풍당당한 태도와 눈빛을 하고 있어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조형물은 2021년 ‘소의 해’를 맞아 제작됐다. 역학(易學)의 풀이로는 ‘하얀 소의 해’에 해당하지만 이곳에선 흰 소 대신 황금 소를 세웠다. 중화권에서 황금색은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색으로, 일상 곳곳에서 황금 장식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하얀 소 대신 황금 소 조형물을 만든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인 듯하다. 소가 인류사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소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인류는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렸고 생활의 안정과 부를 이뤘다.

국내에서도 신축년을 맞아 곳곳에서 소 모양의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침 새해 벽두부터 황소장이 서고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린 것도 소의 해 덕분일까. 싱가포르의 황금소를 보면서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해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