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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크리에이터'로 떠오른 이지영 씨
"공간이 바뀌면 삶도 바뀌어…정리는 새 인생의 위대한 시작"

정리는 공간을 정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을 바꾸기도 한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신박한 정리’에 출연해 일약 ‘국가대표 정리 컨설턴트’로 떠오른 이지영 우리집공간컨설팅 대표는 정리를 통해 삶을 바꿔낸 주인공이다. 첫 의뢰인의 집을 정리해주면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변곡점 삼아 공간 크리에이터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좌절 앞에서 정리로 시작한 새 인생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 우리집공간컨설팅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우기”라며 “인생에서도 비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자신도 “인생 전반부를 비우고, 정리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리를 업으로 삼은 것은 좌절에 직면했을 때였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하다가 육아종합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정규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14년간 보육 관련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육아 관련 인생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같은 인생의 비우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결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재능을 갖고 있는 정리를 전문화하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정리라는 재능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기 위해 지역 맘카페에 집을 정리해주겠다고 글을 올렸다. 사연을 보낸 많은 사람 중에 부산에서 대구로 온 미혼모를 정리 사업의 첫 고객으로 택했다.

이 대표는 “4개월 된 아이와 함께 20평 빌라에서 살고 있었는데, 쌀과 기저귀 등 물건이 쌓였는데도 어떻게 정리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자라나 자신의 공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 정리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땅바닥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던 밥솥과 그릇을 위로 올리고, 육아에 적합하도록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바꿨다. 이 대표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혼모에게 정리의 기본틀을 잡아줬고 삶에 대한 의지를 살렸다”며 “이 일로 정리라는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이 대표의 인생도 바뀌었다. 2017년 개인사업자로 ‘우리집공간컨설팅’을 세웠다. 많은 사람의 정리를 도와주면서 2019년 법인으로 전환할 정도로 사업이 커졌다.
죽음을 생각한 사람도 살린 정리
정리를 통해 자살을 결심했던 고객을 살린 적도 있다. 50대 전문직 여성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정리정돈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고 들려줬다. “그가 순간적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다가 이 어수선한 집을 보여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정리를 의뢰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그 집에서 3일간 머물며 정리를 통해 집을 180도 바꿔놨다. 그러자 그의 눈빛에서 삶의 의지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의뢰인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니 비워내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죽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계기를 잊게 됐다고 하더라”며 “주변을 정리하면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이 대표 본인의 삶도 정리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1인 미디어로 시작한 유튜브는 정리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구독자가 13만 명으로 늘었다. 이를 계기로 방송도 시작했다. 유튜브 구독자였던 배우 신애라 씨가 정리로 달라지는 삶을 주제로 기획한 방송에 이 대표를 추천했다. 지난해 6월부터 tvN ‘신박한 정리’에 출연하며 방송가에 정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또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라는 책을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10월 출간했다. 지난달 초엔 정리 컨설턴트를 육성하는 아카데미도 열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경력단절 여성들이 ‘공간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죽은 공간을 새로 살리는 ‘정리의 기술’을 익혀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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