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했던 오전 1~2시 평소 56배 3천328건…1천813건만 실시간 연결
당시 부산소방 전화 접수대 22→67 늘렸지만 감당 역부족
지하차도 참사 때도 같은 현상…전문가 "지역 공조시스템 필요"
태풍 때 과다출혈 숨진 60대 119 도움 못 받아…신고 폭주 때문
태풍 마이삭이 상륙할 당시 부산 소방에 1시간 만에 3천건이 넘는 신고가 폭주해 태풍 피해 긴급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지나갈 당시인 오전 1시부터 2시까지 부산 소방으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3천428건으로 평소 대비 56배가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 소방은 태풍 북상에 대비해 평소 22대를 운영하던 전화 접수대를 67대로 늘렸지만 신고 전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67대는 부산 소방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화기 대수라고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설명했다.

1시간 만에 3천428건 신고가 119로 접수됐지만 1천813건(53%)만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나머지 1천615건은 ARS 대기 상태로 있다가 상황실 직원이 앞선 전화를 끊으면 연결됐다.

3일 오전 1시부터 2시까지는 태풍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시간으로 119 신고도 가장 많이 접수된 시간 때이다.

119 신고 전화가 폭주하면서 골든타임이 필요한 신고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3일 오전 1시 20분께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던 중 창문이 깨지면서 과다출혈로 숨진 A씨 측은 119에 연락이 닿지 않아 112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때 과다출혈 숨진 60대 119 도움 못 받아…신고 폭주 때문
경찰이 선 출동한 뒤 소방에 공조시스템을 요청해 1시 28분께 소방에 정식 신고가 접수돼 소방이 환자를 인계했다.

부산 소방은 신고가 폭주한 지난 3일 오전 1시부터 2시 사이 KBS 부산에 자막을 송출해 110(정부민원안내 콜센터)으로 비긴급 신고를 유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 상황 때 119로 집중되는 신고 체계를 분산하고 타 지자체 간 공조 시스템이 갖춰지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초량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1시간 만에 3천115건의 신고가 폭주해 구조 신고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집중호우 때도 마찬가지지만 태풍 북상 시 신고가 몰리는 시간은 1∼2시간이다"며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만큼 신고 접수도 태풍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백업을 해주는 식으로 서로 공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ARS로 넘어가더라도 신고자가 말하는 단어나 심리상태, 어조를 분석해 경중이 급한 것은 바로 연결하는 시스템 등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것들이 도입돼 긴급한 상황과 비긴급 상황을 접수 단계에서 세밀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