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하며 소설 읽어볼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지 리딩' 계열의 장르 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머리 아픈 책보다는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는 흥미 위주 소설이 전통적으로 특수를 맞는 절기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이나 계곡, 수영장 등에서 아이스 커피나 칵테일을 옆에 놓고 읽을만한 책으로 장르 소설 만큼 찰떡궁합인 게 없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탓에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북적대는 휴가지에 가길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독서를 하려는 속칭 '집콕족'들의 독서 수요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일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SF 소설 판매는 12%나 신장했다.

이런 시류에 맞춰 출판사들도 공상과학소설(SF), 스릴러,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호러 등 다양한 장르 소설을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장르 소설의 양대 강자인 SF와 스릴러물이 최근 많이 눈에 띈다.

스릴러 장르에선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내 친구의 서재), 빌리브 미(문학동네), 콜 미 애비(서울문화사), '물의 살인'(밝은세상)이 최근 출간됐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일본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추리 작가 시라이 도모유키의 소설 중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새로운 상상력과 기법으로 외딴 섬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긴박하게 전개한다.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헌정하는 오마주라고 한다.

구수영 옮김.
'빌리브 미'는 데뷔작 '더 걸 비포'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JP 덜레이니의 두 번째 장편이다.

우연히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린 뒤 경찰의 함정수사에 참여해 연기해야 하는 여배우의 이야기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빠른 속도감에 거듭된 반전까지 더해진 심리 스릴러다.

이경아 옮김.
'콜 미 애비' 역시 심리 스릴러다.

뉴질랜드 미스터리 스릴러 문학상인 '나이오 마시상' 데뷔작 부문에서 우승했다.

기억을 잃은 소녀가 뉴질랜드 바닷가 시골 마을의 외딴 오두막에 갇힌 채 기억의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며 추악한 진실을 찾아간다.

이순미 옮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미니에의 '물의 살인'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데뷔작 '눈의 살인'에 나온 세르바즈 경정이 다시 등장해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엽기적인 살해 현장이 범인에 의해 계속 연출되지만, 수사팀은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검사 재직 기간 40여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했고,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인물이 용의선에 오른다.

성귀수 옮김.
SF vs 스릴러…여름 휴가철 뭘 읽을까?
이에 맞서는 SF 계열 작품들도 만만치 않다.

자장면과 짬뽕을 사이에 둔 '영원한 고민'처럼 선택이 쉽지 않을 듯하다.

상당한 분량의 '비틀리스'(황금가지)를 비롯해 '깃털'·'독립의 5단계'·'하얀 까마귀' 시리즈(허블),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알마) 등이 서점가에 최근 선을 보였다.

'비틀리스'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하세 사토시의 야심작으로, 모두 2권으로 이뤄졌다.

하세는 일본SF 대상과 성운상 후보에 올랐던 기대주다.

고도로 자동화된 100년 뒤 미래 사회에서 인간과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AI)이 거대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다.

김진아 박춘상 옮김.
'깃털'·'독립의 오단계', '하얀 까마귀'는 한국형 SF 대표선수로 나왔다.

허블의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다.

김혜진 단편집 '깃털'은 MBC SF 앤솔로지 드라마 시리즈 중 '간호중'의 원작 소설인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등을, 이루카의 첫 소설집 '독립의 오단계'는 표제작을 비롯한 단편 3편을 실었다.

박지안의 '하얀 까마귀'는 MBC SF 앤솔로지 중 '하얀 까마귀'의 원작 소설이다.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알마)는 SF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SF의 새 스타일을 제시하며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지난해 받았다.

전작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해주는 인간을 구하고자 사투를 벌인 머더봇이 자유와 보장된 미래를 팽개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고호관 옮김.
SF vs 스릴러…여름 휴가철 뭘 읽을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