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로 도시재생 성공한 런던을 걷다
18세기 영국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번성하던 도시였다. 당대 시인 새뮤얼 존슨은 “런던이 지루하면 삶이 지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동안 폭격을 맞으며 황폐해졌다.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고 건물은 노후화됐다. 런던은 쇠퇴 일로에 있던 낡은 도시를 어떻게 바꿨을까.

건축가 김정후는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에서 ‘도시재생’에 성공한 런던 지역 10곳을 소개한다. 그는 “20세기 런던은 치열한 재생의 과정을 거쳤다”며 “어떻게 런던이 시민들을 위한 도시로 거듭났는지 살펴봐야 우리도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런던은 시민들을 붙잡아 둘 수단으로 ‘예술’을 선택했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쓰레기장이 된 런던 템스강 남부지역 사우스뱅크에 예술회관들을 짓기 시작했다. 1967년 ‘퀸 엘리자베스 홀’을 시작으로 ‘헤이워드 갤러리’ ‘로열 국립극장’ 등을 건립했다. 하지만 곧장 도시가 되살아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탓이다. 저자는 “1970년대까지 예술회관들은 템스강 북부지역 주민만을 위한 장소라고 여겨졌다”며 “1984년 사우스뱅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체가 조직된 이후에야 문화예술지구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도 세월이 흐르면 ‘고전’으로 취급된다. 예술회관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변하는 것이다. 런던 시청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민간 미술재단인 테이트 재단과 손잡았다. 버려진 화력발전소는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으로 변모했다. 저자는 “전시회뿐 아니라 미술관 앞 잔디 공원이 공개되자 시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미술관은 작품 수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런던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치열하게 도전하고 실험했다”며 “한국도 런던의 재생 과정을 들여다보며 도시재생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