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붓다, 중도로 살다' 개정판 출간…"코로나 '미혹의 문명' 산물" 진단
"불교의 깨달음, 신비한 목적지 아냐…'참된 앎' 실천해야 완성"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먼 훗날 도달해야 할 신비한 목적지가 아니에요.

깨달음은 지금 여기, '참된 앎'을 삶으로 살아내어야 완성되는 겁니다.

"
생명 평화운동을 벌여온 전북 남원의 실상사(實相寺) 회주(會主) 도법스님은 6일 만난 기자에게 불교에서 가지는 '깨달음'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깨달음이 마치 반복 수행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경지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것만으론 깨달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제대로 아는 것, 소위 '참된 앎'이라는 것을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게 도법스님의 얘기다.

"참된 앎이라도 삶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는 공허합니다.

수행은 누구나 합니다.

불교의 수행이란 바로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죠."
그가 최근 개정판을 낸 '붓다, 중도로 살다'(불광출판사)에는 이런 불교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극단적인 수행을 통해서는 깨달음으로는 갈 수 없다는 것, 극단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길인 '중도(中道)'로 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수행, 실천의 길이라는 점, 중도 수행을 통해 삼라만상이 연기(緣起)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통찰하는 것 등이다.

이는 곧 '중도행이 바로 깨달음의 행'이라는 말로도 요약할 수 있다.

책 집필은 2017년 '나의 진리, 나의 가르침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지금 바로 이해·실천·증명된다'고 했던 붓다의 말씀처럼 불교를 제대로 해 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초판을 내며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길을 잡았다는 생각에 한시름 놓은듯했으나 스님은 여전히 마음속에 책을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개정판에는 생명평화에 관한 스님 생각이 '21세기 시민붓다의 불교'라는 장으로 추가됐다.

"불교의 깨달음, 신비한 목적지 아냐…'참된 앎' 실천해야 완성"
'붓다, 중도로 살다' 표지는 '생명평화무늬'로 장식됐다.

생명평화무늬는 연기라는 개념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단순하지만 '내가 곧 우주'라는 진리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담고 있다.

가수 이효리가 몸에 타투로 새긴 것도 바로 이 '생명평화무늬'다.

도법스님은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불교야말로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안타깝다는 지적을 내놨다.

"코로나 이 상황이야말로 불교가 스스로 빛날 수 있는 때죠. 붓다의 가르침이 빛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불교인들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
그는 현실을 지배한 '코로나 19' 상황이 '미혹의 문명' 때문에 자초한 결과라고도 진단했다.

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으로 바꿔 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생명평화운동의 무대인 지리산에서 '천일 결사'를 벌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박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불교적으로 정리해보자는 것이에요.

천일 수행과 천일기도, 불교적 진단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가기 위한 야단법석(법회), 천일 순례 등 네 가지를 할 생각입니다.

"
이 중 천일 순례는 선지식을 찾아 지리산권에 있는 사찰 53곳을 차례로 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948년 제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17살 때 자의 반 타의 반 출가했다.

언젠가 절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스님은 1969년 강원에서 공부를 마친 뒤로 13년간 선방에서 수행에 집중했다.

그는 1995년 실상자 주지를 맡아 생명 살림의 길을 열었고, 1999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설립해 생명평화운동, 대안교육 등으로 운동의 지평을 넓혔다.

2010년부터는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등 종단 소임을 맡아왔다.

현재 지리산 실상사 회주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로 있다.

"불교의 깨달음, 신비한 목적지 아냐…'참된 앎' 실천해야 완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