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는 미래가 있다. 전쟁은 격한 논쟁과 모종의 폭력이 결합하면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국제 체제에는 국가 간에 혹은 국가 내부에 알려진 단층선이 있으며,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의 역사》로 잘 알려진 영국 전쟁학·군사전략 연구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전쟁의 미래》에서 이같이 서술했다. 이 책의 부제는 ‘인류는 어떻게 다가올 전쟁을 상상했는가’다. 프리드먼은 책 제목의 의미를 “미래에 일어날 일은 인간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고, 인간의 결정은 역사가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전쟁의 기술: 19세기 중반~냉전 종식’이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참패, 일본 진주만 공습,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 냉전 시기 등 굵직한 역사에서 주요 지도자들의 전략 실패 사례를 설명한다. 그는 “적국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외세의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내부의 정치 지형이 변하거나, 의용대가 출현할 정도로 적국의 거센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는 등 기술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라이플총, 대포, 탱크, 폭격기 등 당시의 첨단무기와 신기술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2부는 ‘전쟁의 원인: 냉전 종식~21세기 초반’이다. 아프리카와 발칸반도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내전, 테러와 반군, 핵전쟁 우려, 강대국의 개입 등을 논한다. 저자는 “당시 학계는 갑자기 찾아온 평화에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반성한다. 또 특정할 수 없는 세력, 예상하지 못했던 지역과 종교의 테러, 미국을 비롯한 개입 국가의 연이은 실패 등을 이야기하며 전쟁이 과거보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고 설명한다.

3부는 ‘전쟁의 미래: 과거와 미래의 혼종’이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가 3부에 담겼다. 저자는 현대전을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부른다. 정규군과 비정규군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전쟁을 둘러싸고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 해킹 등이 성행한다는 의미다. 특히 테러나 내전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누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적 군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지전이 벌어진다”며 “디지털 시대의 정보전은 불특정 다수와의 끝없는 사투로 변모했다”고 설명한다. 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복잡한 정치 고리에 묶인 아시아를 ‘하이브리드 전쟁’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는다.

[책마을] 전쟁이 생중계되는 세상…그 다음은?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신무기도 등장한다. 로봇이 지배하는 사이버 전쟁, 네트워크 전쟁, 드론,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전쟁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전쟁을 소개한다. 대중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내전과 반란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군인들은 버튼 하나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를 죽인 뒤 수업이 끝난 자녀를 데리러 갈 수도 있다. 전쟁의 비극은 사상자 수 규모로 판단된다. 죄책감은 희미해지고, 전쟁은 일상화된다.

저자는 ‘뱀파이어의 오류’를 소개한다. 전쟁과 외교에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가 간과하는 부분이 마치 죽지 않는 뱀파이어처럼 튀어나온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을 논할 때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신무기에 집착하거나 승리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전쟁을 막기 위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책을 덮고 나면 《손자병법》의 첫 구절이 생각난다. “전쟁이란 나라의 큰일이며, 백성의 죽음과 삶이 갈리며,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으니 반드시 실행 여부를 잘 살펴야만 한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