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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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 많은 부부들이 가사 분담 때문에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한 웨딩정보업체는 '가사분담표'를 결혼 후 필수템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부의 남성들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내가 여성라고 해서 '엄마처럼' 헌신하며 가사를 잘 할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아내는 '엄마'가 될 수 없다.

임신 4개월차 여성 A씨는 최근 남편과 크게 싸웠다. 남편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은연 중 A씨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수준의 '희생 정신'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다.

A씨는 "초반에 요리해서 먹기 힘드니 나가서 사 먹자고 했더니 어머니가 주신 반찬으로 먹자고 하더라"라며 "나중엔 아내이면 밥을 차려주고 요리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 엄마는 평생을 갓지은 밥에 금방 끓인 국을 내줬다"고 했음을 토로했다.

A씨 남편의 이상적인 여성상은 바로 자신의 엄마였다. A씨는 남편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그렇게 자기 생활 없이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가 불쌍하지 않냐"며 "내가 어떻게 어머니와 똑같이 해주느냐. 그냥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나 드리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A씨는 "내 남편이 이렇게 가부장적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최근 싸운 부분은 빨래였다. 남편은 "우리 엄마가 한 빨래는 다림질 할 필요도 없이 빳빳하고 주름 하나 없다"며 "네가 빨래 한 옷은 도저히 못 입겠다"고 투덜거린 것.

A씨 시어머니는 평소 빨래할 때 세탁기에서 헹굼을 한 후 물 받은 대야에 넣어 발로 밟은 후 널기 전 마지막으로 발로 밟으면 다림질 한 것처럼 빨래가 된다고 말했었다.

결혼 초 시어머니가 이같은 방식을 A씨에게 알려준다고 했지만 A씨는 곧 임신하는 바람에 시어머니의 빨래팁(?)을 전수받지 못했다.

A씨는 "저도 결혼 전까지 엄마가 해 준 빨래만 받아 입었다. 결혼 후엔 당연히 세탁기 돌려 널어 대충 접어 입었다. 그런데 남편은 '엄마가 빨래해준 옷을 입으면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일 할 원동력이 생긴다'라면서 제게 그렇게 해달라더라"라고 설명했다.

남편의 발언에 놀란 A씨는 "요즘 세탁기 좋은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반발했다.

그러자 남편은 "열정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너는 열정이 없다"며 "태어날 자식들 옷은 내가 그렇게 빨아서 입힐 것"이라고 했다.

A씨는 6개월 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이 빨래, 청소를 제대로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자기는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면서 날 무시한다. 어머님이 그렇게 빨래하면 넙죽 좋아만 할 게 아니라 나이도 있으시고 힘드신데 이제 그만 하시라고 하는게 정상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A씨는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집 남편과 비교한 적 없었는데 주변 남편들이 임신한 아내에게 어떻게 하는지 말해줬더니 분노하더라"라며 "신혼 초 많이 싸우고 그래서 이제 맞춰간다 싶었더니 역시 사람 변하지 않나보다"라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빨리 엄마한테 돌려보내줘라", "임신한 것 만으로도 예민한 상태일 텐데, 임신한 아내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게 정상이 아니다", "옷 한 번 입고 빨텐데 저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는지…비효율적", "시어머니에게 반품하라. 아들 잘못키우셨으니 평생 책임지라고 하라", "요즘은 가사도우미들도 빨래 그렇게 하라고 하면 일 안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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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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