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2부
한국 실험미술부터 미국 팝아트까지 한자리에
종이와 실로 감싼 울퉁불퉁한 긴 쇠막대 여러 개가 전시장 한쪽에 기하학적 형태로 설치됐다.

벽에서 바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천장에서 바닥 쪽으로 떨어지듯 꺾이기도 하며 화이트큐브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이승택의 작품이다.

1982년 관훈미술관 개인전에서 발표된 지 38년 만에 선보인다.

'LOVE'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AMOR'(1998)도 보인다.

'LO'를 'VE' 위에 올려놓고 '0'을 살짝 기울인 'LOVE' 처럼 'OR' 위에 'AM'을 올린 조각이다.

글자 외부 빨강과 내부 파랑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역시 'O'는 살짝 기울어 있다.

겉 틀만 있고 속이 뚫린 축구공 같은 모양의 나무 조각은 중국의 유명 설치미술가이자 반체제 예술 인사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 작품이다.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중국 장인의 전통적 가구 생산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처럼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한곳에 모였다.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2일 공개된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 전시다.

지난달 열린 특별전 1부가 김환기, 백남준,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전 형식이었다면, 2부는 1980년대 이후 갤러리와 함께 한 국내외 작가들을 소개한다.

국내 작가는 총 16팀이 참여한다.

한국 실험 미술이 꽃 핀 1970년대 초중반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승택, 곽덕준,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등 실험 미술 거장 5명의 작품이 본관에 전시된다.

캔버스 뒤에 서서 작업하는 등 제한된 신체 조건 속에서 선을 긋는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들고 있는 모니터 기울기만큼 화면 속 물도 기울어지도록 연출한 한국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박현기의 퍼포먼스 기록 사진 '물 기울기' 등이 출품됐다.

한국 실험미술부터 미국 팝아트까지 한자리에
신관에서는 지난 2018년 영국 테이트리버풀에서 개인전을 연 듀오 문경원·전준호의 영상설치물 '이례적 산책_황금의 연금술'을 비롯해 달항아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설치미술가 강익중 등 동시대 한국 미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1987년 국내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알려왔다.

이와 함께 1980년대 초반 후앙 미로, 마르크 샤갈, 헨리 무어 등의 개인전을 여는 등 해외 유명 작가를 국내에 소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인연을 맺은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 외에 헤수스 라파엘 소토,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사라 모리스, 온 카와라,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사라세노 등 스타 작가들이다.

조명과 거울을 이용해 밤하늘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이반 나바로의 'Constellations' 등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부터 1980년대 작품까지 장르나 사조와 관계없이 다채로운 작품을 만난다.

전시는 일반 관람객에 오는 16일 개방된다.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다음 달 19일 막을 내린다.

한국 실험미술부터 미국 팝아트까지 한자리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