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있는 집 자식'이 왜 취업도 잘하나 했더니…
미국 사회학자 로런 A 리베라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소득 이민자 가정 출신 여성이다. 그는 자신과 달리 부유한 집안 배경을 기반으로 명문대에 들어간 사람들이 세계적 투자은행이나 일류 컨설팅 회사, 대형 로펌 등 이른바 고임금 엘리트 일자리를 독식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리베라 교수는 저서 《그들만의 채용리그》에서 “엘리트 고용주들이 채용 과정에서 규정하는 평가 방식이 미국 사회·경제적 특권층 출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강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차별적 채용관행을 들춰내기 위해 채용 담당자 120명과 심층인터뷰를 했다. 또 2년 동안 구직자 행세를 하며 취업박람회를 떠돌고, 엘리트 회사 중 한 곳의 인사팀에서 9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는 등 기업 채용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책은 기업들이 구인광고를 어디에 게재할지 결정하는 순간부터 채용위원회가 합격 여부 결정을 내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채용 과정의 각 단계를 시간 순으로 따라간다. 이를 통해 명문대 출신이란 타이틀은 미국 취업시장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하는지, 명문대 출신 중에서도 어떤 부류가 합격하고 탈락하는지 밝혀낸다.

엘리트 회사의 입사 지원서 검토 과정부터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입사 희망자가 그 회사와 연결고리가 있는 대학에 다니거나 그 회사 혹은 해당 산업 내부자와 접촉해야 그가 낸 지원서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강력하게 연관돼 있다면 검토 과정은 더욱 수월했다. 그 외 지원서들은 아예 검토 대상이 되지 않거나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저자는 “제도화된 사회자본과 개인화된 사회자본이 경쟁의 경계를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한다.

고용주들이 이력서를 심사할 때 명문대 재학 여부와 명망있는 비교과 활동 참여 여부를 지원자의 사회적·지적·도덕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도 밝혀낸다. 명성이 높은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한 지원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지원자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특정 학교 출신을 맹목적으로 욕심냈고, 업무 관련 전문 역량보다는 출신 배경과 취미 활동, 개인적 호감도 등을 문화적 적합성이란 명목으로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특권층 출신 학생들이 심사 과정에서 선호되는 유형의 자격을 따내는 데 중요한 이점을 갖고 있다”며 “평가자들이 유능한 후보자 대신 가깝게 일할 수 있고 즐거움을 주는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걸 지원자들이 역으로 활용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