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전화로 음식 주문하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전화로 음식 주문하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전화로 음식 주문하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8일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앱을 통해서 주문하면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때문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전화로 주문할 것을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권했다.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는 "소상공인분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매출에 기대고 계실 텐데 전화로 주문해야겠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면 업주에게 좋은 일일까. 기자도 지난 7일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 뒤 업주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가게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배민 앱을 켜니 '050'으로 시작하는 번호와 함께 '050번호는 배민에서 제공하는 번호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이 번호로 전화하면 배민을 통한 주문으로 집계될 것 같아 포털에서 상호명을 검색해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주문했다.

점주에게 "요즘 전화로 주문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참여해봤다"고 말씀드리자 "고맙다"는 답이 돌아왔다. 점주는 "배민을 통해 주문하면 수수료가 드는데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라면서 "전화로 주문하는 것이 점주와 손님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화 배달 붐을 걱정하는 점주도 있었다. 업체가 작아 홀로 가게를 운영할 경우에는 전화 주문을 받는 것이 벅찰 수 있다는 것이다. 홀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도 꽤 크고 배달 직원도 따로 두는 가게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바쁜 시간대에는 전화만 받는 직원을 따로 둘 여유가 있어서다.

하지만 1인 가게나 규모가 영세하면 바쁜 시간대에 전화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한 점주는 "고춧가루를 넣어달라, 짜장면에 캐러멜을 적게 넣어달라, 몇 시까지 배달해달라는 등 세세한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화 주문이 늘면서 덩달아 종이메뉴판도 부활하고 있다. 한 점주는 평소에는 안 보냈던 종이 메뉴판을 함께 배달해주겠다고도 했다. 배민 앱에 메뉴가 다 나와 있어서 그간 굳이 메뉴판을 배송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전화로 주문하겠다는 손님들이 늘면서 종이 메뉴판을 함께 배송한다는 것이다.
한 치킨집 창업 커뮤니티에는 "배달료가 1000원인 구역에서 전화로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한다고 적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커뮤니티 캡처
한 치킨집 창업 커뮤니티에는 "배달료가 1000원인 구역에서 전화로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한다고 적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커뮤니티 캡처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자는 움직임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치킨집 창업 커뮤니티에는 "배달료가 1000원인 구역에서 전화로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한다고 적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이용자들은 "전화라는 키워드는 불가능하다", "음식을 배송할 때 스티커를 붙여 알리는 것이 좋다" 등 서로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배민 입점 업체는 이미 전화 주문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음식점은 배달의민족 주문 페이지에 "현재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는 (선결제시) 10%에 육박하는 엄청난 광고체계"라며 "제발 '전화주문' 이용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도 전화로 음식 주문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7일 "배달 앱이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며 "소비자와 국민이 무섭다는 걸 보여달라"고 독려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대책본부회의에서 "농락당하는 외식업 사장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모든 국민이 착한 수수료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음식 주문을 할 때 배달 앱으로 하지 말고 전화번호로 직접 하는 소비자 운동에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소상공인 사업을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으로 영세업자들이 혜택을 보는지 손해를 보는지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배민의 주장에 따르면 종전 요금제는 큰 식당에 혜택이 돌아갔지만, 변경 후에는 영세사업자에게 혜택이 간다고 한다"면서 "배민으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팩트체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