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슬픔을 이기려 하지 말고 껴안아라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이제 더 좋아질 거야”, “시간이 약이야”….

세상엔 수많은 슬픔이 존재한다.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을 얻거나, 부모와 배우자를 잃는 등 셀 수 없이 많다. 슬픔을 겪은 이에게 슬픔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그렇게 슬퍼하지 마.”

《슬픔의 위로》는 ‘슬픔 금지’가 얼마나 아픈 가시로 되돌아오는지 아프도록 꼬집는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뒤 심리상담사로 일하던 저자는 2009년 남편을 사고사로 잃었다. 타인의 마음을 보듬다가 자신이 비극을 겪은 그는 슬픔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슬픔을 돌보는 전도사’가 됐다.

저자는 “슬픔이란 감정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껴안는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슬픔의 정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첫 단계다. 슬픔은 삶을 바꾸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수용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는 슬픔을 다루는 법을 전혀 모른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통념에 갇혀 슬픔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겨내야 하는 질병처럼 대하다가 더 큰 슬픔에 빠져 버린다. ‘정상적’ ‘행복한 삶’ ‘복귀’ 등의 단어는 무의미하다. 슬퍼하는 사람은 결코 병들지 않았다. 고통은 매우 건강한 반응이다.

저자는 “슬픔에서 회복하는 과정은 스스로의 상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슬픔으로 인해 황폐해진 삶을 받아들이고, 슬픔과 상실이 가져온 변화를 통해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서 인내해야 한다. “만약 슬픔을 겪을 때 인간관계로 인해 또 다른 고통을 겪는다면 그런 관계는 과감히 끊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어설픈 위로를 함부로 건네선 안 된다”며 “누군가를 진정 돕고 싶다면 위로할 때 돌아오는 반응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저자는 “사랑을 보여주며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도움”이라고 매듭짓는다. 어찌 보면 뻔한 결론이지만 실천에 옮기기엔 쉽지 않다. 슬픔의 치유는 결국 사랑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슬픔의 위로는 결국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길이다. (메건 더바인 지음, 김난령 옮김, 반니, 352쪽, 1만6000원)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