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득 불평등 커질수록 거세지는 치맛바람
미국에선 2000년대 이후 ‘집약적 양육’을 하는 부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집약적 양육은 아이에게 복종과 엄격한 통제력을 요구하는 ‘독재형’과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 아이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권위형’이 결합된 양육 방식을 이른다. 집약적 양육을 하는 부모들은 단순히 아이를 감독하고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하는지, 어떤 활동을 선택하고,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 온갖 측면에서 깊이 관여한다. 1970~198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이런 집약적 양육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들이 낙제만 하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았다. 미국 부모들의 양육 형태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기울어진 교육》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집약적 양육의 근본적 원인을 파헤친다. 마티아스 도프케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썼다.

모든 부모는 자녀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즉, 부모의 의사 결정을 추동하는 주요 동기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다. 하지만 같은 목적에도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다르다. 미국과 중국의 부모들은 점점 더 권위적이 되는 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부모들은 관대해지고 있다.

저자들은 그 원인을 소득 불평등에서 찾는다. 이들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권위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선 1970년대 말 이후 소득 불평등이 빠르게 심화됐다. 가장 부유한 10%와 가장 가난한 10%의 소득 비율은 1974년 기준 9.1 정도였다. 30년 후인 2014년엔 18.9로 두 배가 됐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의 평균 임금과 고졸자 평균 임금 비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2.0으로 증가했다. 학력에 따른 임금 차이가 커지는 것은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그만큼 증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불평등 심화와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 증대는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장래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양육 태도의 변화는 시간, 돈, 역량 등 제약 조건이 다른 부모들 사이의 ‘양육 격차’를 벌려 놓고 있다. 가난한 가정은 자녀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힘들어졌다. 나아가 농촌 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에서는 학교가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가 없다. 그러면 중산층 가정이 차츰 가난한 동네를 떠나게 되고, 계층별 주거지 분리는 더욱 심화된다. 주거지 분리가 심화된다는 것은 가난한 아이들이 사회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희망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해결책으로 ‘정책적 개입’을 제시한다.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은 경제나 기술 변화 측면에선 비슷한 요인이 있어도 사회적·교육적 정책에 따라 양육 방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아이는 어느 계층의 어느 가정에 태어날지 골라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계층의 아이들 사이에서 기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