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덕담을 건네느라 분주한 시기다. 희망을 가득 담아 전하는 덕담에 빠지지 않는 게 ‘건강’이다. 그러나 듣기 좋은 덕담만으로 건강은 유지되지 않는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활기찬 생활을 만들어줄 운동법, 뇌 건강에 좋은 식단,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장 건강 관리법을 알아봤다.자기에게 맞는 운동부터 찾아야운동 습관을 들이려면 우선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 직장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하면 흥미도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이종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제일 낮은 강도를 파악한 다음 이보다 약간 센 강도로 운동하는 게 큰 부담 없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운동 강도가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려면 운동 중 자신이 느끼는 증상을 봐야 한다.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두통, 흉통,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이 교수는 “어설프게 힘든 운동을 하는 것보다 유연성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건강 유지에 더 좋다”고 했다. 과도한 근력운동보다 지나친 유산소운동을 더 조심해야 한다. 부작용을 느끼기 어렵고 회복도 훨씬 느리기 때문이다.따로 시간을 내지 말고 평상시 몸을 더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출퇴근길 등 걸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많이 걷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웬만하면 걷는 게 좋다. 걸음 수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 ‘캐시워크’처럼 따분하게 보이는 걷기 운동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앱(응용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많은 사람이 운동 목표로 ‘체중 감량’을 꼽는다. 체중을 줄이려면 ‘과유불급’이란 말을 명심해야 한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살을 빼려다가는 금방 지칠뿐더러 살을 빼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재 체중의 10% 내외로 목표를 세우고 한 달에 2~4㎏ 정도 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MIND 식단으로 뇌 건강 지키기식단도 신경 써야 한다. 무작정 식사량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량의 음식을 먹어도 신체의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 열량을 효율적으로 소모하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김성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나친 금식은 근육과 지방을 필요 이상으로 분해해 몸의 신진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많은 양의 에너지가 유입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쓰는 순환이 이뤄져 몸의 구성 성분인 근육과 지방 비율이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뇌 건강에 좋은 마인드(MIND) 식단이 인기다. 체중 조절과 만성질환 예방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과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시(DASH) 식단을 결합한 것이다. 채소, 통곡물,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주로 먹고 추가로 적당량의 생선과 육류를 섭취하면 된다. 연어처럼 뇌 기능 향상에 필요한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생선을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MIND 식단을 잘 지키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35% 낮아진다. 붉은 살코기와 포화지방, 과도한 당분은 줄여야 한다. 포화지방이 많은 식단은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 탄산음료, 과자, 사탕 등 당분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은 뇌에 염증을 유발해 기능을 저하시킨다.혈당·혈압처럼 장내 미생물도 관리해야장 건강은 몸 전체 건강과 직결된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은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여러 대사물질을 생성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쁘면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자가면역질환, 뇌질환, 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와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이유다. 천종식 천랩 대표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잘 관리해야 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며 “혈압·혈당을 관리하듯 장내 미생물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검사가 출시돼 있다. 보존액이 들어 있는 키트에 분변을 묻혀 용기에 넣은 뒤 회사로 보내면 결과지를 받을 수 있다. GC녹십자지놈의 ‘그린바이옴 Gut’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유익균·유해균의 비율, 각종 질환 위험도는 물론 개인 맞춤형 식이요법을 알려준다. 마크로젠의 ‘마이바이옴스토리’는 장 유형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유산균 17종의 분포 상황, 식습관 개선 가이드 등을 제공한다.꾸준히 유산균을 섭취하는 게 좋다. 유한양행 뉴오리진이 출시한 ‘다이어트 프로바이오틱스’에는 한국인 산모의 모유에서 분리·배양한 유산균이 들어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장 건강은 물론 체지방, 내장지방,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등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일동후디스는 국내 최초로 액상캡슐 제형 유산균 ‘후디스 프로바이오틱스’를 판매하고 있다. 특허받은 4중 코팅 기술을 적용한 액상캡슐 타입으로 유산균이 장까지 안전하게 도달해 효과가 좋다는 설명이다.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생명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세포다. 인간의 몸은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분열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다. 건강한 인체는 뇌, 심장, 간, 폐 등 서로 다른 장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기능한다. 각 장기의 모양과 기능이 다른 것은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종류와 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했으나 분열을 거치면서 각기 고유한 성격의 세포로 분화하게 된 것이다. 인체의 세포는 모두 35조~37조 개로 추정된다.2003년 인간 DNA의 전체 서열 정보를 분석하는 ‘인간유전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중은 인체의 신비를 담은 블랙박스가 열리고 인간의 평생 건강이 가능한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인체의 생리활동과 질병을 이해하는 데 DNA 같은 분자 수준의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의 뇌세포는 같은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심장세포나 간세포와 너무 다르다. 알츠하이머 치매 또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환자의 DNA뿐 아니라 뇌세포 자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정확하게 몇 종류의 세포가 뇌의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이 중 어떤 세포가 건강한 사람과 다른지 확실하게 모른다.○질환 정복 디딤돌 될 인체세포지도인체의 모든 세포 종류와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2016년 시작된 ‘인간세포지도’로 현실화했다. 인간세포지도는 세계 지형과 지물을 담은 구글 지도처럼 사람의 모든 세포 종류와 상태, 위치, 기능, 족보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담은 인체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과학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인간세포지도라는 표준지도가 갖춰지면 다양한 질환에 특이적인 세포를 찾아내거나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야기하는 세포 간 상호관계를 규명하는 게 더 정교하고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치료 기술 개발도 가속화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 사는 다인종의 세포를 분석해 인종, 국가 간 차이를 반영한 표준지도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업하고 있다.인간세포지도의 핵심은 단일세포 수준에서 DNA, 리보핵산(RNA), 단백질 등의 분자 특성을 밝히는 일이다. 세포의 종류와 위치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던 고전적인 기술은 이미 알려진 단백질이나 핵산 분자를 표지로 삼아 특정 세포를 분리하거나 조직 내 특정 세포의 유무를 염색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반면 인간세포지도에 사용되는 세포 분석 기술은 서로 다른 수백~수천 개의 세포를 동시에 구별하기 위해 한두 분자가 아닌 DNA, RNA, 혹은 단백질 분자 전체를 대용량으로 일괄 분석하는 것이다.이를 통해 이미 알려진 세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밝혀진 적이 없던 새로운 세포 종류를 찾아내고 서로 다른 세포들이 주고받는 영향을 밝힐 수 있다. 세포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면 세포의 상태와 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을 알 수 있다.첫 번째 기술은 단일세포 포집을 위한 세포미세유체역학이다. 작은 기름방울에 세포 하나를 포집하고 이 세포에서 추출한 분자 전체에 특이적인 표지를 찾아 해당 분자가 유래한 세포를 구별할 수 있게 한다.두 번째 기술은 서로 다른 세포 표지가 된 방대한 양의 분자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별·해독하는 기술이다. DNA, RNA와 같은 핵산 분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단백질 분자의 분석은 질량분석을 이용한다.세 번째 기술은 특정 장기나 조직 내 모든 세포를 종류별로 동시에 영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일세포 수준의 위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네 번째 기술은 모든 정보를 통합해 3차원 수준으로 실제 장기 내 세포 정보를 재구성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구글맵처럼 장기 내 특정 위치에 있는 개별 세포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세포 정보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려면 기계학습 같은 고도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수년 내 3차원 세포지도 나온다인간세포지도 프로젝트는 짧은 기간임에도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생어연구소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의료센터, 독일 뮌헨 폐질환연구센터 등이 폐세포지도를 발표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캐나다 토론토대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각각 간세포지도를 발표했다. 태아신장세포지도와 태아간세포지도도 영국 연구진이 지난해 공개했다.지금까지 발표된 인간세포지도는 각 장기의 세포 종류를 분류하고 이전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포 종류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인간세포지도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주요 실험모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세포지도도 생산되고 있다. 쥐의 뇌와 골수를 구성하는 세포 종류와 위치를 분석해 이를 3차원으로 시각화한 결과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스위스와 독일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수년 내 인간의 3차원 세포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인간세포지도는 신약 개발 및 검증 속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에 특이적인 소수의 세포를 정밀하게 확인해 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오르가노이드나 인공장기를 개발할 때 실제 인체와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까운 미래에 3차원 인간세포지도를 사용해 환자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치료법을 결정하는 한 단계 진보된 수준의 바이오 의료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절개 범위를 줄인 스마일라식 수술이 일반 라식 수술보다 수술 후 각막 구조 변화가 적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의미다.김부기·김지선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과 정영택·양영훈·문준형 전주 온누리안과병원장팀은 각막 후면 검사 분석을 통해 스마일라식이 일반 라식보다 수술 후 각막의 구조적 변화가 적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학술지(BMC·BioMed Central Ophthalmology)에 실렸다.의료진은 라식 수술 환자 49명(98안)과 스마일 라식 수술 환자 60명(120안)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6개월 간 각막 후면부를 파악하는 갈릴레이 검사를 했다. 중심각막두께, 전방깊이, 전면각막곡률, 후면각막곡률, 후면융기 등을 측정한 뒤 각막 모양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수술 후 중심각막 두께나 각막 전면부 상태는 두 수술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수술 후 각막 불규칙성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인 각막 후면 융기는 라식 수술에서 변화가 더 컸다. 시력교정수술 후 각막 후면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인 후면곡률 검사에서도 라식수술 환자는 수치가 변했지만 스마일 라식수술은 변화가 적었다.각막 후면의 구조적 변화가 적다는 것은 각막 모양이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부기 원장은 "스마일 라식이 라식보다 각막 후면 변화가 적은 것은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데다 각막 겉면을 보존하는 수술법 때문"이라며 "시력 교정수술 후 각막 구조가 안정적이면 각막 확장증 등 부작용 가능성이 줄어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