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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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 중인 A씨는 남자친구의 극진한 효심에 파혼 위기에 놓였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고민을 털어놨다.

"남자친구는 알아주는 효자"라고 글을 시작한 A씨는 "결혼을 하고서도 본인 용돈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챙겨드리겠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A씨는 남자친구의 효심을 존중했기에 본인 용돈으로 부모님을 챙겨드리는 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등이 생긴 것은 다름 아닌 예단비 때문이었다. 앞서 양가 부모님들은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 예물, 예단 없이 결혼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남자친구 역시 동의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A씨 커플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각자 모아둔 돈으로 신혼집부터 결혼식까지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의 남자친구는 돌연 어머니가 딸들이 결혼할 때는 예단비를 보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혹시나 부모님이 섭섭해하시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A씨는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서로 오고가는 게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시댁에만 예단비를 줬으면 하는 남자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A씨는 예정대로 예단비를 생략하자고 제안했지만 남자친구의 반응은 탐탁치 않았다.

A씨는 본인 부모님만 생각하는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시댁에서 받는 것은 일절 없는 결혼인데 예단비라는 명목 하에 자기 부모님이 유독 신경쓰인다는 남자친구가 답답하기만 했다. A씨는 남자친구에게 "'집도 빚 내서 얻어야 하는 상황이니 결혼 후에 더 잘하겠다' 말하고 적당히 끊어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너 참 이기적이다"였다.

A씨는 "참다 못해 '집에서 1원 한푼 안 주지 않느냐'. '나도 다른 며느리들처럼 받고 싶은 게 많다'고 가시 돋힌 말을 해버렸다"며 속상해했다.

해당 사연은 접한 네티즌들은 "우리 엄마도 예물 하나 못 받는다고 속상해한다고 말하세요", "엄마에게 돌려보내라", "이 정도면 남자친구가 돈 필요한 거 아닌가", "이게 정말 효자인 걸까", "서로 안 하기로 했으면 깔끔히 끝내야지", "왜 이렇게 자기 부모만 중요한 거야", "결혼 전부터 이러면 어떡하냐", "누가 이기적인지 파악을 못하는 듯", "그렇게 신경쓰이면 본인 돈으로 주던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결혼 전 스트레스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7.7%가 결혼 전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44%, 여성 75%는 예비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결혼을 망설이거나 회의에 빠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준비를 하다가 생긴 갈등으로 파혼 위기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 전 미래 배우자에게 치명적 결점이 발견된다면?'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무려 6명이 '파혼하겠다'고 답했다.

결혼 직전 파혼을 고려할 만큼 치명적으로 생각하는 결점으로는 남녀 모두 '전과이력'(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채무사실'(21%), '동거사실'(11%), '신체적 결함'(10%), '집안환경'(4%), '기타'(2%) 등의 순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미혼남녀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배우자를 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간다면 서로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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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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