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프랑스의 어린왕자 별빛축제
일찍이 ‘어린왕자’에 매료됐던 나는 프랑스 문화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 체험형 테마파크를 짓기로 했다. 새로움과 아울러 아름다움을 구현하기에는 그것이 최적이라고 여겼다. 150년 전의 프랑스 시골마을을 모티브로 주택전시관을 건립하기 위해 고택을 찾아다녔다. 유럽을 돌며 유난히 마음을 빼앗겼던 광경이 다름 아닌 빨간 지붕의 가옥들이었다.

곳곳을 돌며 마음에 드는 전통 가옥을 찾아냈어도 구입해서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집을 해체해 한국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말에 부동산중개업자가 서류를 집어던지며 화를 낸 적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구입했어도 오래된 목조 가옥을 옮겨 오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낯선 공법의 외국 건축물을 해체해 고스란히 가져와 다시 조립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8년에야 쁘띠프랑스를 개관했다. 이 마을은 북한강 줄기의 청평댐을 끼고 굽이굽이 올라 언덕 위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경사진 언덕에 붉은색 지붕이 높낮이를 달리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을 찾는 프랑스 사람들도 꿈에 그리던 자기네 고향이라며 탄성을 지른다.

쁘띠프랑스의 기초 설계를 한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씨는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최대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쁘띠프랑스 마을의 가옥들은 서로의 시선을 가로막지 않도록 절묘하게 배열됐고, 어느 건물의 창에서든 청평호수 위에 부서지는 눈부신 햇살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린왕자가 돌아온다면 쁘띠프랑스를 자신의 소행성으로 삼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게 나의 임무가 됐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꽃을 가꾸고, 집을 예쁘게 단장하고, 오르골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하고 있다.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마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눈부신 햇살 속에 꽃들이 하늘대는 봄, 여름, 가을과 달리 겨울을 맞이해선 쁘띠프랑스에서 새로운 장관인 어린왕자 별빛축제가 펼쳐진다. 겨울철에나 열리는 이번 ‘제6회 어린왕자 별빛축제’는 지난 1일 시작돼 2020년 2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일찍이 석양에 물든 청평호수가 어둠에 잠기고 나면 짙은 쪽빛 겨울밤 아래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거리를 모티브로 한 별빛축제가 열린다. 형형색색의 은은한 불빛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황홀한 동화의 세계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을 향해 빛 터널을 따라 수십m를 거닐면 어느덧 어린왕자와 함께 우주여행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메인광장에는 수많은 조형물이 유럽의 아름다운 밤거리를 이루고, 야외무대에서는 마리오네트 퍼포먼스가 열리며, 떼아뜨르별 극장에서는 피노키오 인형극이 진행된다. 그리고 오르골하우스에서는 오르골 시연이 다채롭게 펼쳐져 그야말로 천상의 아름다움이 내려앉는다.

한국 안에서 이토록 이국적인 프랑스 전원마을을 접한다는 것, 더구나 쁘띠프랑스의 짙푸른 겨울밤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어린왕자를 만난다는 것, 이것이 모든 이의 일상에 맞이하는 큰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