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 방탄소년단 글로벌 세미나 개최
학계가 검증하는 방탄소년단 문화 현상
두 번째 세션 'BTS와 초국적 팬덤'
BTS가 불러온 미디어 플랫폼 변화도 주목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이 초문화적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학계 관계자들이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세계 각국의 팬들은 어떻게 '아미'라는 이름의 팬덤으로 뭉칠 수 있었을까.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관 그랜드볼룸에서 글로벌 특별 세미나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 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를 개최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총 50여 명의 국내외 유명 학자들과 학회 회원, 일반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이번 세미나는 '21세기 비틀즈'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에 대해 다뤘다. 방탄소년단 등장 후 케이팝 관련 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하고 있는지 토의하는 자리로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등 해외 각국에서 17명의 유명 학자들이 모였다.

'BTS와 초국적 팬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시대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메시지, 이를 통해 국적을 초월한 팬덤이 탄생한 과정 및 팬덤 문화의 명암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날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진달용 교수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팬덤을 형성한 방탄소년단의 배경으로 음악과 메시지, 친밀감 등을 언급했다. 진 교수는 "친밀감과 정서감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지, 초문화성을 가능하게 하는지 등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에 굉장히 영향을 받고 있고, 소셜미디어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K팝 시장에서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진달용 교수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진달용 교수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진 교수는 왜 K팝 팬이 되었는지, BTS이 팬이 되었는지, 소셜미디어의 영향은 어땠는지를 중심으로 서베이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탄소년단 성공의 출발점에는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와 팬들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데뷔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룹 이미지와 방탄소년단만의 음악성이 전체 팬덤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데뷔 당시부터 사회성이 강한 음악을 통해 소셜코멘터리를 제공했고, 이는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 또 하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뇌 등을 다뤘는데 이런 측면들이 팬들에게 많이 호소됐다. 즉 사회적 비판성을 강조하고 청소년들의 꿈과 도전정신 등을 호소한 게 아미(공식 팬클럽명)와 상호적으로 연계하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등의 요소들이 BTS를 대표하는 음악성으로 나타났고, 이게 소셜미디어로 공유된 것이 BTS의 특징"이라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이걸 풀어나가는 점을 팬들이 좋게 받아 들였다. 친밀감이 있는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라는 메시지 아래 자기 사랑, 자아 실현과 같은 내용에 동참했다면서 BTS와 동일시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연합뉴스

진 교수에 이어 캘리포니아대의 베르비기에 마티유(Mathieu Berbiguier)가 한국 팬덤과 해외 팬덤을 비교해 젠더학 관점에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UN본부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주제로 연설했던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해외 팬덤이 각각 이 메시지에 대해 어떠한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지 생각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 등에서 한국 팬덤과 해외 팬덤이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교류한다. 같이 소통하기도 하고, 상호적인 팬덤 문화 교류가 있다. 한국 팬들에게만 해당됐던 요소들이 해외 팬덤의 문화로 넘어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이 있을 수 있다. 원래 해외 팬덤에서는 스트리밍 등을 하지 않았는데 문화가 넘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티유 연구원은 유엔 연설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통해 성 정체성 표현의 기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팬덤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해 자랑스럽기도 하고 애국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키워드들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팬들은 성 정체성 표현 기회를 방탄소년단을 통해서 받았다고 할 수 있고, 한국 팬들은 조금 더 넓은 단계에서 자기가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팬덤에서 비슷하게 방탄소년단이 강조했던 자기애, 자기 표현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맹목적으로 K팝을 쫓는 일부 팬덤을 비판한 팀도 있었다. 서강대 원용진 교수팀은 'BTS 유니버스'의 미운 퍼즐 한 조각이라며 '코리아부(Koreaboo)'를 지적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준형, 마리사 럭키(Marisa Luckie) 연구원은 "방탄소년단 등이 아시아인이지만 매력과 개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면서 왜곡하고, 언제나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모국어로 얘기하면서 맥락없이 한국어를 내뱉고, K팝을 좋아해 빠져 있는 사람을 '코리아부'라고 부른다. K팝 팬들은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코리아부'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의 대상이 인종에서 취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종의 더 큰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K팝과 BTS의 성공을 되짚어 BTS 유니버스라는 퍼즐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하나 빼왔다면 팬덤 내 인종주의 등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팬덤 현상을 사회 문제와 잇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소되지 않은 차별과 위계의 메커니즘과 메커니즘의 변형 양상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김구용 교수(미국 체이니대), 루 티엔(Lu Tian) 박사과정(홍콩 침례대), 베르비기에 마티유(Mathieu Berbiguier) 박사과정(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진달용 교수(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이지원 연구원 (서울대), 김주옥 교수 (미국 텍사스 A&M 대학), 미셸 조(Michell Cho) 교수(캐나다 토론토대), 마리사 럭키(Marisa Luckie) 석사과정(서강대), 정아름 교수(중국 시추안대), 홍석경 교수(서울대) 
김춘식 한국언론학회장, 이준형 교수(서강대)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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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불러온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플랫폼과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진행된 세 번째 세션에서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 김주옥 교수와 영국 워릭대 이동준 박사과정, 서울과학기술대 이영주 교수팀이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가져온 산업 기술적 혁신과 문화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서울과학기술대 이영주 교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알고리듬은 어떤 연관 비디오를 추천하는가: 유튜브의 K팝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교수는 "최근에 확인된 자료로는 유튜브 이용시 연관 미디어를 통해서 50% 정도가 콘텐츠를 본다고 하더라"고 했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선호 장르와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해 추천 시스템에 적용하면 이용자들이 이를 기꺼이 소비하며 해당 플랫폼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고 반복적인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네이버도 점점 유튜브에 자리를 뺏기고 있다. 유튜브 점유율이 거의 88%다. 이 정도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한다. 우리 실생활에 굉장히 빠르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라며 "광고수익분배를 보면 타 온라인 플랫폼보다 상당히 많은 돈을 주고 있고, 체류시간이 가장 많은 걸 보면 오히려 웰메이드 콘텐츠보다는 아마추어가 만든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이영주 교수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서울과학기술대 이영주 교수 /사진=한국언론학회 제공

그 중에서도 유독 넓은 범위로 확산되고 있는 K팝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빠른 전략적 전환을 꼽았다. 이 교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가 전통적인 CD 앨범과 공연 수익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굉장히 빠르게 선택한 것이다. 음원도 다운로드를 해서 저장해 듣기보다는 스트리밍을 하다 보니 K팝이 그 틈을 타지 않았나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추천 알고리듬에 대한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연관 검색어가 50개까지도 뜬다. 위에서부터 15개 정도까지 클릭한다고 하더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기저기 찾아서 검색하지만 유튜브는 첫 화면에서 상단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화면에서 바로 클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어떤 플랫폼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다. 그러면서 "A라는 뮤직비디오에 연관 검색어 B, C가 뜨면 서로의 추천 검색어로 오버래핑할 가능성이 40% 정도라고 한다. 연관 검색어를 통하지 않고 검색을 통해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래퍼토리를 늘린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유튜브의 상위 15개의 K팝 그룹을 선정해 분석을 진행한 결과, K팝의 연관 비디오는 조회수가 많은 K팝으로 구성됐다. 아티스트에 따라 연관 비디오의 채널 다양성은 차이가 있었다. 또 뮤직비디오의 좋아요 수가 높을수록 연관 비디오 추천 순위가 높게 나타나 이용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끝으로 K팝 팬은 동일 장르를 연속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K팝과 다른 음악 장르간 연결된 네트워크 고리가 약해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못할 수 있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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