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와 호텔의 외관.     마르케스데리스칼  제공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와 호텔의 외관. 마르케스데리스칼 제공
스페인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와인과 함께하는 것이다. 포도주는 에스파냐 사람들의 삶 속에서 흐르며 미식과 예술을 키우고 문화유산을 남겼다. 지금도 여전히 포도밭이 이어지는 시골길이 근사한 풍광을 이루며, 건축미로 무장한 와이너리의 호텔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와인과 함께하면 여행은 그만큼 풍성해지고 더 특별해진다.

기분 좋아지는 스파클링 와인 ‘카바’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와인은 카바(cava)다. 카바란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북서부에 자리한 카탈루냐 지방이 이 카바의 고향이다.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의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와인 리스트에 카바가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식전주로서 식욕을 돋우기에도 좋고, 카탈루냐의 해산물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프레시넷(freixenet)과 코도르뉴(codorniu)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바이니 기억해 두자.

하루쯤 시간을 내서 카바 생산지에 가볼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 북쪽의 페네데스 지역이 가장 유명하다. 1908년 설립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한 카스텔 블랑은 와이너리 문을 활짝 열고 여행자를 기다린다. 인근 엠포르다 지역의 페렐라다성 내부에는 수도원, 교회, 도서관과 함께 와이너리도 있다. 20세기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사랑했던 와인이 나오는 곳으로, 누구나 예약하고 방문해 그가 사랑했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스페인 대표 와인 산지 ‘리오하’

카탈루냐의 북서쪽 방향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인 리오하가 있다. 세계 3대 와인 산지 중 하나로, 템프라니요 품종을 주로 사용해 레드 와인을 만든다. 리오하의 많은 생산자 중 가장 저명한 곳은 1858년 설립해 1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스페인 왕실에 와인을 공급하고 있으며, 우아하고 풍미 깊은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 나 있다. 2006년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에게 설계를 의뢰한 와이너리와 호텔의 복합 건축물을 완성해 헬렌 아널드의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도 소개됐다.

와인 마니아라면 ‘리베라 델 두에로’와 ‘루에다’까지

와인 애호가라면 최고급 와인 산지로 통하는 리베라 델 두에로도 놓칠 수 없다. 스페인 북서부 카스티야 이 레온 지역의 두에로 강을 따라 형성된 이 생산지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장엄한 고원, 거친 협곡과 암석, 돌을 쌓아 올린 성곽들이 보는 이를 단숨에 압도한다. 이 척박한 땅을 뚫고 깊게 뿌리내리며 강인하게 자란 포도나무들은 강건한 와인을 만든다. 베가 시실리아, 도미니오 데 핑구스, 페스케라 등이 스타 생산자인데,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는 곳은 페스케라이니 관심 있다면 들러 보자.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