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낯선 건축물은 시민들에게 좋은 자극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 풍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수많은 건축물이다. 우리의 삶과 직결돼 있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도시 건축이 품고 있는 비밀과 존재의 이유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상적 경험 속에서 공간을 사유해온 건축가 최경철은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를 통해 건축은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편견을 깬다. 그는 우리 삶 속 가까이에 있는 도시의 건축에서 사소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낸다. 책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된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많은 이들이 건축물과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무심결에 매일 스쳐지나가는 건물에도 나름의 존재 방식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 삶과 직결된 건물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누구를 위해, 무슨 목적과 의미를 가졌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 도시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여러 개념 중 눈에 띄는 하나는 도시공간에 대한 ‘낯섦’이다. 그는 “영국 런던 도심 속 초고층 건물 한복판에 한옥 건물 한 채가 위태롭게 박혀 있는 모습처럼 기존 도시질서와 다른 장면들이 만들어낸 낯섦은 우리 인지 세계를 강하게 자극한다”고 서술한다. 이런 공간적인 낯섦을 통해 발생하는 재미와 호기심이 ‘좋은 공간’, ‘좋은 도시’,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유의 확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나 문화의 경계나 차이를 넘어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지금 시대에 이런 낯섦은 사유의 확장을 위한 매우 좋은 자극제”라고 설명한다.

건축은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가 없다. 어느 분야보다 개인의 주관적인 사고가 폭넓게 확장돼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자기 삶을 알아가는 것”이라며 “건축은 특별한 게 아니라 마치 음식이나 옷 같은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일상 속 경험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경철 지음, 웨일북, 212쪽, 1만3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