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들려주는 '환상 교향곡'
“사랑에 빠진 젊은 예술가가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 아편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치사량에 미치지 못한 채 그는 환각 상태에 빠져들고 그 속에서 꿈에 그리던 연인의 모습과 함께 기묘한 환상을 보게 된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가 1830년에 작곡한 ‘환상 교향곡’ 악보에 남긴 글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달 1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프랑스 출신 루도빅 몰로(사진)의 지휘로 ‘환상 교향곡’을 연주한다.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베를리오즈 150주기를 맞아 지난 9월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를 실황 영상으로 선보인 데 이어 마련한 ‘작곡가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다.

지휘를 맡은 몰로는 2011년부터 미국 시애틀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미국 피에르 몬톡스 스쿨에서 찰스 브룩, 마이클 진보에게 지휘를 배웠다.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의 상주 지휘자, 브뤼셀의 라몬나이 수석 지휘자로도 활약했다.

다섯 악장으로 구성돼 있는 ‘환상 교향곡’은 악장마다 제목이 붙은 표제 교향곡이다. 1악장은 ‘꿈, 열정’, 2악장은 ‘무도회’, 3악장은 ‘들판의 풍경’, 4악장은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은 ‘마녀의 밤, 축제의 꿈’이다. 1830년 12월 파리에서 초연될 당시 130여 명에 달하는 거대한 편성에 작곡가 특유의 독창적인 관현악법에서 비롯된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색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올해 베를리오즈에 이어 내년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리는 ‘베토벤 애딕트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3월엔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가 협연자로 나서는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5월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라르스 포그트가 이끄는 ‘로열 노던 신포니아’가 베토벤을 연주한다. 10월엔 베토벤과 쿠바 음악의 만남을 시도한 ‘클라츠 브러더스 듀오’, 12월엔 베토벤 현악 4중주의 진수를 들려줄 ‘게반트하우스 콰르텟’의 연주로 이어진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